'20세기 가장 위대한 선수' 칼 루이스(미국)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남자 100m와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는 1984년 LA 대회부터 1996년 애틀랜타 대회까지 4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100m에서 3차례, 200m에서 2차례, 멀리뛰기에서 4차례 정상에 올랐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00m 3연패와 멀리뛰기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점차 선수들의 기량이 전문화되면서 이런 만능선수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0종이나 7종 경기를 제외하면 세계 정상급 육상 선수들은 단거리나 중·장거리, 투척이나 도약 종목 등으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간혹 단거리와 중거리를 오가는 경우가 있지만 과거의 루이스처럼 트랙과 필드에 번갈아 나서는 선수는 거의 없다.

제13회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명의 정상급 선수가 트랙과 필드에 모두 등장해 관심을 끈다.

짐바브웨의 은고니드자쉬 마쿠샤(24)는 지난달 28일 남자 100m에 준결승에 이어 1일 남자 멀리뛰기 예선에 출전했다.

마쿠샤는 멀리뛰기와 100m에서 모두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다.

지난 6월 마쿠샤가 작성한 8m40의 멀리뛰기 개인 최고 기록은 시즌 랭킹 5위에 해당한다.

김덕현(26·광주광역시청)이 보유한 한국기록(8m20)보다 20㎝나 멀리 뛰었다.

이날도 김덕현보다 9㎝ 앞선 8m11을 찍고 B조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마쿠샤는 100m에서도 올해 6월 같은 대회에서 9초89를 찍어 시즌 공동 9위에 올랐다.

올 시즌 마쿠샤보다 빠르게 달린 선수는 7명에 불과하다.

아쉽게도 준결승에서 10초27로 조 5위에 그쳐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최고 기록만 놓고 보자면 이번 대회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9초92)보다도 0.03초가 빠르다.

마쿠샤는 올해 미국대학스포츠(NCAA) 선수권대회에서 100m와 멀리뛰기 금메달을 따내 1981년 칼 루이스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종목을 제패한 선수가 됐다.

그는 멀리뛰기 예선을 통과한 뒤 "처음 육상을 시작할 때부터 두 종목을 병행해 왔다"면서 "남들보다 열심히 한다면 두 종목 모두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절대 한 종목에 집중할 생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날 남자 멀리뛰기 예선을 1위(8m15)로 통과한 '우승 후보' 미첼 와트(23·호주)도 트랙을 병행하는 선수다.

와트는 4일 열리는 남자 400m 계주에 호주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한다.

올 시즌 남자 멀리뛰기에서 1~4위 기록을 모두 작성한 와트는 주니어 시절 자국 대회에서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100m 챔피언에 올랐던 만능선수다.

학창시절에는 육상뿐 아니라 축구와 럭비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대구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