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사추세츠 타이틀리스트 공장 가보니, 품질 테스트만 3시간…"0.1% 오차도 용납못해"
눈빛이 매서웠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뉴베드포드의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3공장.한 중년의 여직원은 골프공 '프로V1'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작은 공에 티끌만한 흠집이라도 있는지 찾아내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인구 9만5000명의 도시 뉴베드포드에서 이 공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세계 시장점유율 60%의 최고 골프공을 만든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방문한 이 공장은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중에서도 최고급품인 프로V1과 프로V1X를 1년에 8000만개씩 생산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보통의 미국 공장과는 다릅니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6.5년이나 됩니다. 노조도 없습니다. 대우가 좋기도 하지만 모두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이죠." (제리 벨리스 아큐시네트 골프공 사업부문 사장)

美 매사추세츠 타이틀리스트 공장 가보니, 품질 테스트만 3시간…"0.1% 오차도 용납못해"
공정이 시작되는 3층에서는 인도네시아,아프리카 등지에서 공수해온 최고급 고무에 탄력,밀도 등 공의 성질을 결정하는 각종 화학물을 첨가해 공의 '코어(core · 중심)'에 들어가는 소재를 만든다. 원료는 다른 골프공들과 다르지 않지만 타이틀리스트가 극비로 취급하는 '그들만의 혼합배율'이 적용된다. 2층에서는 이 소재를 작은 공 모양의 코어로 만든다. 자동화된 기계에서 속속 코어가 쏟아져 나오지만 바로 1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테스트룸에서 3시간 동안 품질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타이틀리스트의 '장인정신'이 엿보인다.

공장 안내를 맡은 마이클 크레이머는 "0.01㎜의 오차도 없으니 믿고 프로V1 로고로 홀을 겨냥해 퍼팅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재 합성에서부터 로고 인쇄까지 일괄 생산체제를 갖춘 골프공 공장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PGA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골프공 타이틀리스트는 휠라코리아 ·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지난 5월 아큐시네트를 인수하면서 한국 기업의 소유가 됐다. 최고의 골프공을 만든다는 이들의 자존심에 혹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까.

월리 울레인 아큐시네트 최고경영자(CEO)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전의 대주주인 포천브랜드는 너무 미국 중심적이어서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을 등한시했다"며 "휠라코리아는 타이틀리스트가 미국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27%인 아시아 시장의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울레인 CEO는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골프선수인 피터 울레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뉴베드포드(매사추세츠)=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