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오버행(대량 대기물량) 부담을 벗고 크게 올랐다. 전날 CJ는 삼성생명 639만4340주(3.2%)를 시장에 풀지 않고 계열사에 모두 매각했다. 물량을 떠맡은 CJ제일제당CJ오쇼핑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삼성생명 주가는 1일 5.53% 오른 8만9700원으로 마감했다. 올초 11만원대와 비교하면 낮지만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으로 9만원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골드만삭스와 노무라 등 외국계 순매수가 집중됐다.

CJ는 전날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에 삼성생명 주식 439만4340주와 200만주를 각각 매각했다.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을 물지 않으려면 3일까지 금융자회사 주식을 팔아야 했다. 골드만삭스는 "CJ의 대량매각은 시장에서 예상됐던 것"이라며 "삼성생명의 펀더멘털도 개선되고 있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CJ의 지분이 시장이 아닌 계열사로 매각되면서 오버행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대외적인 여건을 감안해도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그치고 있어 성장성에 주목할 때"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생명 주가가 계속 오르면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이 지분 처분에 나설 수 있어 부담을 완전히 떨친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인 CJ오쇼핑과 CJ제일제당 주가는 각각 1.55%, 2.75% 하락했다. 김민아 대우증권 연구원은 CJ오쇼핑에 대해 "주식을 시장가에 인수해 인수가격 논란은 없지만 연관성이 낮은 회사에 투자해 시장의 실망이 크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도 "인수대금 1700억원은 CJ오쇼핑의 이자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며 CJ오쇼핑의 내년 순이익 전망치를 5% 낮춰 잡았다.

삼성생명 주가가 좋으면 이들 인수 기업에 '실보다 득'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에 대해 "이자비용 추정액인 97억원은 올해 순이익 전망치의 3.0%에 불과하다"며 "삼성생명의 목표주가(13만4250원)를 감안한 상승여력이 57.9%에 달해 향후 시세차익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