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통해 돈을 구하려는 중소 상장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규모 일반공모가 어려운 코스닥 상장사들은 소액공모 방식을 통해 자금난 타개에 뛰어들었다.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코스닥 유상증자 공시 급증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폭락하던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반등한 지난 16일 이후 총 13곳의 코스닥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미 신용등급이 떨어진 5일 이후 열흘간 단 3건에 불과했으나 주가 반등을 틈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한 증권사 주식발행업무(ECM) 담당자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충격 이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며 "은행이나 회사채 시장을 통해 돈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업체들은 증시가 안정을 찾을 때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모두 운영자금 마련이다. 엠텍비젼(150억원)과 서한(103억원)을 제외하면 모두 10억원 미만의 소액공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단기간 내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부품업체 이그잭스,합성피혁업체 블루젬디앤씨,무선 단말기 제조업체인 티모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포함됐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발행도 눈에 띄게 늘었다. 29~30일 이틀간 마이스코 유일엔시스 국제디와이 등 5개 코스닥 상장사가 BW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주에는 다날 엠비성산 네스테크 등 3곳이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엔티피아 바른전자 유원컴텍 티모테크놀로지는 최근 CB 발행 계획을 공시했다.

◆주가 회복에는 찬물

상장사들의 갑작스러운 자금조달 발표는 '패닉'에서 회복하던 주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아직까지 투자자들의 심리가 취약한 데다 향후 기업들의 실적 개선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락앤락은 30일 1430억원의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한 직후 하한가로 추락했다.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지만,주주들을 안심시키지는 못했다. 이날도 2.63% 추가 하락한 채 마감했다. 동부건설도 25일 1000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밝히자 당일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다음날에도 6.95% 급락한 데 이어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엠텍비젼은 29일 유상증자 발표 이후 20.0% 하락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IB) 영업팀장은 "기업들이 시설투자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 개선 기대가 높은 상황은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실망 매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