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에서 비정규직 임금 수준을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올리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당 · 정 · 청이 이달 초 내놓기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하나로 거론되는 모양이다. 지금 577만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50%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형편에서 이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규직 임금을 기준으로 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규직 근로자들이 부당한 특혜를 누리고 있는 현행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임금체계는 기본적으로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어야 맞다.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노동을 하는 한 임금에서 차별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80%가 아니라 100%를 주어야 한다.

물론 현실은 전혀 다르다. 현장에서 정규직은 귀족이요 비정규직은 식민지 백성이다. 같은 라인에 서서 같은 나사못을 박는 일을 같은 시간 동안 하고도 임금 차이는 엄청나다. 이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임금은 누가 뭐래도 일에 따라야 하고 생산성에 비례해야 한다. 임금이 신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문명사회로서는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특혜다. 이 특혜를 없애지 않으면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것은 기업들엔 사망선고나 다를 바가 없다. 기업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정부가 한나라당의 발상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기업의 임금부담이 37조원이나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명령하면 기업들은 비정규직 임금을 80%까지 올릴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임금 총액을 맞추기 위해 상당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머리가 있다는 것인지.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는 정규직의 기득권 해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원칙을 벗어난 그 어떤 아이디어도 올바른 대책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