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성장률 7%대 둔화…신흥국도 'S의 공포'
인도 브라질 필리핀 등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하락,선진국에 이어 신흥국에서도 성장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의 동반 경기침체에 이어 신흥국가마저 성장세가 주춤해지며 글로벌 경제의 '성장 엔진'이 모두 식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중국과 함께 고속성장을 하던 인도 경제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며 "인도의 지난 4~6월 GDP 증가율이 18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인도국가통계청은 이날 4~6월 인도의 GDP 증가율은 7.7%로 전년 동기(8.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FT는 "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있는데도 떨어질 줄 모르는 물가와 글로벌 경기 불안이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정부는 최근 9%로 잡았던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경제성장 목표치도 8.2%로 낮췄다. 작년까지 활황세를 보이던 건설업 등의 경기가 침체됐고,기업투자와 소비가 모두 위축됐기 때문이다. B 무트라만 인도기업인협회 회장은 "올해는 GDP 증가율이 정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7.7~7.8%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현지언론인 비즈니스스탠더드는"GDP 증가율이 8%를 계속 밑돌 경우 인도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성장세는 약화되고 있는 반면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작년 3월 이후 11차례나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월 8.4%를 기록하며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6.0%를 크게 웃돌았다. 도매물가지수(WPI) 상승률도 수개월째 9%대에 머물며 중앙은행이 올초 그어놓은 상한선인 4.5%를 두 배 이상 넘고 있다.

인도뿐 아니라 필리핀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2분기 필리핀 GDP 증가율이 3.4%로 1분기(4.9%)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의 GDP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이후 8.9%→7.3%→6.1%→4.6%로 계속해서 떨어졌다.

조너선 라켈라스 필리핀 방코드오로 스트래티지스트는"필리핀 페소화 가치 하락과 수출 부진,정부 부채 급증 탓에 필리핀 경제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흥국의 또 다른 축인 중국과 브라질의 상황도 좋지 않다. 세계은행은 "매년 10% 이상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중국이 올해는 9%대의 '둔화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4%에서 3.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브라질의 GDP 증가율 7.5%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밖에 '경제성장 모범국'으로 불리던 터키는 재정적자가 위험 수준으로 급증했다. 올해 터키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예년의 두 배가량인 10.2%까지 높아질 전망인 반면 GDP 증가율은 올해 10.7%에서 내년 5.4%로 추락할 것으로 점쳐졌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