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가족복지제도 근간을 재정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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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양육·부양 책임 공유해야…부모출산휴가제 등 적극 도입을
부인의 출산예정일을 한 달 여 앞둔 대기업의 K대리,맞벌이 부부 3년차라는 데 "출산휴가 꼭 한 달만 했으면 원이 없겠다"고 한다. 함께 돈 버는데 아내 혼자만 고군분투하는 건 공평치 못한 데다,마침내 아빠가 되었노란 감격을 마음껏 느끼고 싶은 갈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덕분이다.
다른 대기업의 L대리 왈 "아빠의 출산 휴가는 언감생심 말 못하지만,적어도 아내 출산을 전후한 시기에는 야근이나 숙박을 수반하는 업무로부터 한시적이나마 제외시켜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이들 신세대 대리나 과장을 바라보는 임원들 시선은 물론 마뜩찮다. 역시 대기업의 P상무님은 "우리는 토요일 일요일 달고 출장갔는데 요즘은 주말 다 챙긴 후 월요일부터 출장가겠다 한다"며 불평이시다. 예전엔 직장 상사가 "오늘 우리 부서 회식이다" 하면 말 떨어지기 무섭게 사전 약속들을 취소하며 따라나서곤 했는데,요즘은 상사 얼굴 빤히 쳐다보며 "저 오늘 저녁 선약 있는데요"라고 당당히 보고한 후 빠져 나간다는 것이다. 이제 남성들 사이의 세대차가 조직 안에서 미묘한 소통 장애를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한데 우리네 시선을 글로벌 기업으로 돌려 보면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획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최근 급격히 부상 중인 "일하기 좋은 기업"이나 "사랑받는 기업" 리스트를 보면,대부분이 예외없이 내부 고객(직장 구성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SAS에선 4500여명 직원의 건강 유지를 위해 50여명이 넘는 의료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직원 자녀들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해 어린이집 및 유치원 교사를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한다. 심지어는 직원들이 이혼하게 될 경우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부부갈등 및 부부위기를 겪을 시엔 상담 전문가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프로그램 도입의 근저에는 가족생활이 안정되어야 직장생활 또한 자연스레 생산성 및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합리적 논리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IBM에서는 빈번한 직장 이동으로 인해 커뮤팅 커플(commuting couple)이 된 경우 본인들 의도와 무관하게 별거 및 이혼으로 연결되는 빈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부부 중 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 나머지 배우자는 IBM 반경 2 마일 이내 직장을 동시에 알선해줌으로써 가족 공동체 유지를 적극 도와주고 있기도 하다. 부부동시채용 프로그램 실시 이후 이직률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직장 만족도가 증가하는 부대효과를 누렸음은 물론이다.
기업의 생존 및 번영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앞 다투어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인사관리(HR) 분야에서만 한국 조직문화의 특수성을 강조함으로써 상대적 지체(lag) 현상을 보이고 있음은 어인 연유인지 궁금하다.
복지정책을 논의할 때마다 우리네 로망으로 떠오르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우,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고자 부모 출산휴가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일이다.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우리로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 시간 노동을 자랑하는 '일 중독 사회'의 오명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아버지 부재(不在) 사회'는 결국 아버지 개인의 생애주기상 심각한 위기를 초래함은 물론 기업 복지 실현에도 장애요인이 됨을 기억할 일이다.
아빠 혼자 벌어 가족을 부양함을 전제로 하는 '1인 양육자 모델'을 뛰어 넘어,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양육과 부양의 책임을 공유하는 '2인 양육자 모델'을 전제로 가족복지의 근간을 재정비할 때가 아닐는지.
함인희 <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
다른 대기업의 L대리 왈 "아빠의 출산 휴가는 언감생심 말 못하지만,적어도 아내 출산을 전후한 시기에는 야근이나 숙박을 수반하는 업무로부터 한시적이나마 제외시켜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이들 신세대 대리나 과장을 바라보는 임원들 시선은 물론 마뜩찮다. 역시 대기업의 P상무님은 "우리는 토요일 일요일 달고 출장갔는데 요즘은 주말 다 챙긴 후 월요일부터 출장가겠다 한다"며 불평이시다. 예전엔 직장 상사가 "오늘 우리 부서 회식이다" 하면 말 떨어지기 무섭게 사전 약속들을 취소하며 따라나서곤 했는데,요즘은 상사 얼굴 빤히 쳐다보며 "저 오늘 저녁 선약 있는데요"라고 당당히 보고한 후 빠져 나간다는 것이다. 이제 남성들 사이의 세대차가 조직 안에서 미묘한 소통 장애를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한데 우리네 시선을 글로벌 기업으로 돌려 보면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획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최근 급격히 부상 중인 "일하기 좋은 기업"이나 "사랑받는 기업" 리스트를 보면,대부분이 예외없이 내부 고객(직장 구성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SAS에선 4500여명 직원의 건강 유지를 위해 50여명이 넘는 의료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직원 자녀들의 안정적이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해 어린이집 및 유치원 교사를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한다. 심지어는 직원들이 이혼하게 될 경우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부부갈등 및 부부위기를 겪을 시엔 상담 전문가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프로그램 도입의 근저에는 가족생활이 안정되어야 직장생활 또한 자연스레 생산성 및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합리적 논리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IBM에서는 빈번한 직장 이동으로 인해 커뮤팅 커플(commuting couple)이 된 경우 본인들 의도와 무관하게 별거 및 이혼으로 연결되는 빈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부부 중 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 나머지 배우자는 IBM 반경 2 마일 이내 직장을 동시에 알선해줌으로써 가족 공동체 유지를 적극 도와주고 있기도 하다. 부부동시채용 프로그램 실시 이후 이직률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직장 만족도가 증가하는 부대효과를 누렸음은 물론이다.
기업의 생존 및 번영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앞 다투어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인사관리(HR) 분야에서만 한국 조직문화의 특수성을 강조함으로써 상대적 지체(lag) 현상을 보이고 있음은 어인 연유인지 궁금하다.
복지정책을 논의할 때마다 우리네 로망으로 떠오르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경우,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고자 부모 출산휴가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일이다.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우리로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 시간 노동을 자랑하는 '일 중독 사회'의 오명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아버지 부재(不在) 사회'는 결국 아버지 개인의 생애주기상 심각한 위기를 초래함은 물론 기업 복지 실현에도 장애요인이 됨을 기억할 일이다.
아빠 혼자 벌어 가족을 부양함을 전제로 하는 '1인 양육자 모델'을 뛰어 넘어,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양육과 부양의 책임을 공유하는 '2인 양육자 모델'을 전제로 가족복지의 근간을 재정비할 때가 아닐는지.
함인희 <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