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지방의 중견 축산업체를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 회생작업을 방해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 나주의 닭 · 오리 가공업체인 화인코리아는 26일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사조그룹이 축산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화인코리아를 헐값에 빼앗기 위해 회생을 악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사조그룹은 중소기업 강탈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화인코리아는 1965년 설립돼 전남 최대의 닭 · 오리 전문업체로 성장했지만,2003년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부도를 맞은 뒤 화의와 화의 취소 등을 반복했으며 지난해 12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이 지난 1월께 회생을 도와줄 것처럼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화를 통해 "사조그룹 사옥에서 만난 주진우 사조 회장이 '도와드릴 테니 열심히 하시라'고 말했고 신중하고 검소한 모습이어서 신뢰했다"며 "하지만 사조그룹은 다음날 위장 계열사인 애드원플러스(옛 사조기획)를 통해 담보채권을 매입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조그룹은 이후 관할 법원에서 진행된 회생인가 심문에서 '반대' 뜻을 밝혔고,화인코리아가 보유한 부화장 시설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는 등 회생절차 개시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화인코리아는 이번 광고에서 "사조 계열사 대표가 '경매가 진행되면 회사는 공중분해될 것'이라며 '50억원을 줄 테니 모든 지분을 넘기라'고 회유했다"고 전했다. 화인코리아 임직원 대표로 나선 최선 전 사장은 "재판부가 허가만 해준다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사조그룹의 채권을 즉시 변제할 수 있다"며 "수십년간 지역 대표기업으로 일궈왔는데 사조그룹이 지역경제의 타격이나 무담보채권자들의 손실은 무시한 채 우리를 강제 인수하려 해 개인적으로 빚을 얻어 광고를 냈다"고 말했다.

사조그룹은 이런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민 · 형사상의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인수를 염두에 두고 채권을 매입했던 건 사실이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위법은 전혀 없었다"며 "작은 업체의 일방적 주장에 일일이 맞대응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화인코리아에 대한 인수 검토는 중단한 상태"라며 "그동안 검토했던 다른 식품업체에 대한 인수 · 합병(M&A)도 몇 달 전부터 일시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인수한 업체들이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971년 참치사업으로 출발한 사조그룹은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 아래 최근 몇년간 M&A에 집중했다. 2000년대 중반 중견 식품브랜드인 해표,대림,오양을 잇달아 사들였고 작년부터는 축산업체만 7곳을 인수했다. 사조그룹이 식품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중 · 소규모 M&A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화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976억원과 영업이익 94억원을 기록했지만,이자비용 등으로 인해 3억7355만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