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 글렌코어가 인수 · 합병(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런던과 홍콩증시 상장으로 유치한 100억달러를 발판으로 사업을 대폭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진 지금이 최적기라는 판단도 더해졌다.

로이터통신은 글렌코어가 남아프리카공화국 6위 석탄광산 기업인 옵티멈콜에 지분 인수를 제의했다고 26일 보도했다. 규모는 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호주 니켈광산 기업 미나라리소스,페루 최대 구리광산 기업 CTS의 지분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장 혼란스러운 지금이 살 때"

이반 글라센버그 최고경영자(CEO)는 2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콘퍼런스콜을 갖고 "현재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이 우리에게 M&A 기회를 더 공격적으로 찾도록 해주고 있다"며 "기업 사냥에 유리한 때"라고 강조했다. 경기침체 우려로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진 지금이 우량 기업 매수의 적기란 것이다. 그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이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글렌코어는 지난 24일 미나라리소스의 지분율을 현재 73%에서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 2억6800만호주달러(3044억원) 규모 입찰에 참여했다. 지난달엔 CTS 측에 지분 70%를 4억7500만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현재 34%의 지분을 소유한 엑스트라타를 합병하고 유라시안내추럴리소스(ENRC)의 지분 45%를 120억파운드(21조1782억원)에 인수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글렌코어가 1995년부터 올초까지 지분을 인수한 기업은 126개,금액으로 따지면 100억달러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렌코어가 지분매입할 당시 소형사였던 빌리턴 베일 코노코필립스 프로데코 등은 지금 대형사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생산 · 중개 병행해 리스크 줄여

글렌코어는 원자재 중개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수익의 절반이 생산에서 나온다. 최근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회사도 모두 광산기업이다. 사이먼 버크 IR 책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글렌코어 수익의 절반은 원자재 중개에서 나오지만 절반은 생산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7000여개 거래처들을 통해 추가로 인수할 만한 원자재 생산기업을 발굴하고 있다"며 " 원자재를 직접 생산해 공급할 경우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처는 40개국,생산지는 30개국에 두고 있고 다루는 품목은 90개에 달해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1974년 설립된 글렌코어의 지난해 매출은 1450억달러,순이익은 38억달러에 달했다. 올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게 호재로 작용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오른 921억달러,순익은 57% 상승한 2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