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서울시와 여당 측의 패배로 끝남에 따라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가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여야는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오 시장이 9월 말 이전에 사퇴하면 당장 10월에 선거를 치른다. 그만큼 후폭풍이 빨라질 수 있다. 선거 결과는 곧바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의 기로에 설 수 있다.

◆한나라,연말 사정카드 기대

"吳시장 사퇴 언제"…총선ㆍ대선구도 요동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오 시장이 언제 사퇴하느냐다. 그 시기에 따라 여야의 명암이 갈린다. 오 시장이 9월30일까지 사퇴하면 10월26일에,그 이후에 사퇴하면 내년 4월11일 총선과 함께 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한나라당은 올해 10월보다는 내년 4월 선거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은 민주당이 기세를 잡고 있는 상황이고,대중성이 있는 박근혜 전 대표도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 서울시장직까지 내줄 경우 내년 총선은 하나마나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선거를 일단 내년 4월로 미뤄놓으면 여러 가지 변수를 기대할 수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쓸 카드야 여러 가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말께 사정 정국이 올 수도 있고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 관계에서 호재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내년이면 대중적 인기가 높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선거를 지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다 10월에 선거가 치러져 여당이 패배할 경우엔 여권은 조기 전당대회론을 포함해 박 전 대표의 책임론까지 겹치면서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오 시장이 곧바로 사표를 내지 않도록 붙잡는 게 급선무다.

한 중진의원은 "10월 보궐선거는 없다. 오 시장이 그렇게 무책임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할 때는 다르지만 이제 야인으로 돌아가 당에 봉사해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이 다시 당을 곤경에 빠뜨릴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에서 사퇴 공세가 있겠지만 오 시장이 남은 일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데다 10월 서울시장 재선거를 실시할 경우 300억원 정도 추가 비용이 든다는 점도 사퇴 시기 연기의 좋은 이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기세 밀어붙이자"

민주당은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평가다. 서울시장 선거와 총선 · 대선에서 복지정책 '이니셔티브'를 쥐었고,공동 복지 전선을 펴고 있는 야권과의 통합 작업에도 힘을 받게 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복지가 민생이고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외면한 오 시장뿐 아니라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울시민들이 심판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으로 몰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박수진/김형호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