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준법지원인제도 자문단(단장 박준 서울대 로스쿨 교수)이 준법지원인 대상기업의 규모를 정하기 위해 23일 최종회의를 열었지만 재계와 변호사업계 간 현격한 입장차로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애초부터 무리한 제도 도입으로 업계 간 갈등만 키우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준법지원인제도 자문단은 이날 서울 서초동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두 시간가량 6차 회의를 개최했다. 자문위원들은 준법지원인제도 적용대상 기업의 자산 규모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2조원 이상 기업'을 주장하는 재계 측과 '1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맞선 변호사업계 측이 시각차만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이원선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무 등은 "제도의 연착륙을 고려해 일단 규모가 큰 기업부터 시작한 뒤 대상을 확대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코스닥업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최근 자문단에 합류한 김홍철 코스닥협회 상무도 "너무 입장차가 확연해서 기본적으로 이 제도가 필요한지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도 자체를 강제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강희철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등은 "1000억원 이상 기업은 사실상 대기업이기 때문에 준법지원인 고용이 큰 부담은 아니다"고 맞섰다. 박세화 충남대 로스쿨 교수 등 학계는 '5000억원 이상 기업'을 절충안으로 내놓았지만 중재에는 실패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별 업체 수는 1000억원 이상이 915개,3000억원 이상 444개,5000억원 이상 316개,2조원 이상 133개다.

이날 회의에선 다만 준법지원인 자격과 관련, 기존 변호사와 법대 교수 이외에 법학사이면서 상장사 법무팀 경력 10년 이상인 사람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교수의 경우 조교수 5년 이상자,변호사는 10년 이상 경력자에게 자격을 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와 관련,재계에서는 "두 시간 논의한 결과만 놓고 봐도 애초 제도 도입을 위한 법개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느냐"며 법무부와 변호사업계의 안이한 자세에 우려를 나타냈다.

법무부는 이날 합의안 도출이 불발됨에 따라 오는 9월30일 공청회를 열어 최종 중재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 준법지원인 제도

일정 규모의 상장회사에 내부 의사결정이나 업무 관련 법률 자문을 해주는 법률전문가(준법지원인)를 1명 이상 두도록 하는 제도.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4월부터 도입된다. 준법지원인은 상시적으로 법적 위험을 진단 · 관리해 기업 경영에 따른 각종 분쟁 소지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회사의 '준법감시인'과 비슷하다.

김병일/노경목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