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수출입은행장(사진)의 '양해각서(MOU) 경영'이 화제다. 지난 2월 취임한 김 행장은 4월부터 은행 · 증권 · 보험 등 각 영역별로 금융회사 수장들과 만나 잇달아 '해외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는 내용의 MOU를 체결하고 있다. 지금껏 국내외 금융회사들과 체결한 MOU가 30여개에 이른다. 일종의 '네트워크 경영'이다.

김 행장은 취임 두 달쯤 지났을 때부터 MOU 체결 '시리즈'를 시작했다. 지난 4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 8곳과 해외 프로젝트 지원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김 행장은 이 자리에서 "수출입은행은 정부 지원을 받으니 만기 10~20년짜리 장기 대출을 맡고,시중 상업은행은 3~5년 중기 대출을 맡되 프로젝트 만기까지 롤오버(만기 연장)를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롤오버가 어려울 경우에는 수출입은행이 그 대출을 인수하면 된다는 논리다. 직원 교환도 제안해 신한 · 하나은행 과장급 직원들이 수출입은행의 금융자문실에서 6개월~1년 기간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 행장은 이어 지난 10일에는 대우 · 삼성 · 우리투자 등 5개 증권사와,18일에는 대한 · 교보 · 삼성생명과 비슷한 내용의 협약을 연달아 체결했다. 내달부터는 해외 투자은행(IB) 10곳과도 MOU를 맺을 예정이다. 김 행장은 "증권사들은 해외 투자은행들과 함께 큰 시장에서 어깨를 부딪칠 기회를 얻어 좋고,보험사들은 장기 투자 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행장이 네트워크 쌓기에 치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금융감독원에 있을 때 국내 금융회사들은 왜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경험을 쌓고 역량을 키울 기회가 충분히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경영의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 4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계 금융회사 국내 지점장들과 만나는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이것이 계기가 돼 일본계 자금 21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4월 이후 일본계 은행에서 3억~4억달러를 차입했고 사무라이본드 10억달러,우리다시본드 6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이상은 기자 sele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