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잭 니클라우스가 46세의 나이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 일반 퍼터헤드보다 다소 큰 맥그리거 퍼터를 들고 나왔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그가 우승한 다음날 이 퍼터는 5000개나 판매됐고 그해 말까지 30만개 이상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키건 브래들리가 2주 전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롱 퍼터(벨리 퍼터)로 우승하자 샤프트가 긴 '앵커드 퍼터(anchored putter)'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롱 퍼터가 룰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으나 최근에는 언제쯤 이 퍼터가 골프계를 지배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과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조만간 투어무대 점령

롱 퍼터 사용자는 미국 PGA투어에서 최근 3개 대회 연속 우승컵을 안았다. 브래들리의 우승 직전 애덤 스콧이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 대걸레처럼 샤프트가 기다란 '브룸스틱(broomstick) 퍼터'로 우승했고 지난주 윈덤챔피언십에서 웹 심슨은 벨리 퍼터로 생애 첫승을 따냈다.

시니어투어 메이저대회인 시니어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도 벨리 퍼터를 사용한 프레드 커플스가 정상에 올랐다. 벨리 퍼터를 수년간 사용해온 닉 프라이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6~7년 내 투어 선수의 절반가량이 앵커드 퍼터를 쓸 것"이라고 예견했다.

롱 퍼터는 1980년대 시니어투어 선수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1989년 US시니어오픈에서 벨리 퍼터를 쓴 올비에 무디가 우승했고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하는 베른하르트 랑거는 2008년부터 시니어투어 최강자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롱 퍼터 사용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브래들리는 25세,PGA챔피언십 3라운드 선두였던 브렌든 스틸은 28세,스콧은 31세,심슨은 26세다.

◆프로들이 인정한 롱 퍼터의 힘

2년반가량 벨리 퍼터를 써온 브래들리는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매우 훌륭하다. 배꼽에 퍼터를 고정하고 치면 다른 곳으로 볼이 도망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탠더드 퍼터로 일관된 플레이를 해 온 선수들은 퍼터를 바꿀 필요가 없지만 퍼팅이 잘 안 된다면 벨리 퍼터를 써보라고 권한다. 프라이스는 "벨리 퍼터가 쉽게 퍼팅 난조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퍼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일관성 결여 등을 잡아준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들은 사용할 만한가

퍼팅의 대가 데이브 펠츠는 롱 퍼터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얘기한다.

아마추어의 30%가량이 퍼팅 스트로크 과정에서 손목이 꺾였다가 풀어지면서 방향성이 틀어지고 거리 컨트롤이 어려워지는데 이를 바로잡아 준다는 것.퍼터와 볼이 만날 때 발생하는 손목의 로테이션도 줄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 앵커드 퍼터

Anchored putter.닻을 내린 것처럼 퍼터 그립의 끝을 고정한 채 퍼팅할 수 있는 퍼터.배꼽에 고정하는 '벨리 퍼터'와 가슴에 고정하는 '브룸스틱 퍼터' 등 샤프트가 긴 롱 퍼터들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퍼터는 샤프트 길이가 34인치이지만 벨리 퍼터는 40~43인치,롱 퍼터는 46~50인치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