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발전의 핵심인 플라즈마 기술이 석탄가스 생산,리튬이온 2차전지,살균 · 정화 기술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최근 플라즈마를 이용해 석탄을 가스화하는 기술 등 총 3건을 최초 내부 연구원 창업기업이자 에너지환경 벤처기업인 그린사이언스(대표 이봉주)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플라즈마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이번에 기술 이전한 건 핵융합 발전과 같이 섭씨 수억도 · 초고압의 플라즈마를 초전도 토카막 내 자기장 안에 가둬 놓고 쓰는 복잡한 방식이 아닌 산업에 직접 쓸 수 있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소(IGCC:Inter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에 플라즈마를 응용하는 것이다. IGCC는 가채 석탄량의 60%가량을 차지하지만 효율이 낮아 사용하지 않는 저급탄을 고온 · 고압에서 태워 수소 · 일산화탄소가 주성분인 합성가스를 만들고,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을 차례로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t당 10~15달러에 불과한 저급탄을 사용하고 황 먼지 등이 발생하지 않는 청정 기술이라 전력 수급이 원활치 않고 저급탄 매장량이 많은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몽골 등에서 각광받고 있다.


핵융합연은 대기압 상태에서도 다룰 수 있는 섭씨 3000도 이상의 수증기 플라즈마를 만들고 '플라즈마 토치(불꽃)'를 사용해 석탄을 쉽게 가스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열 시간이 필요하고 10~30기압의 조건에서 1300~1700도가량으로 밖에 가열하지 못했던 기존 보일러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이봉주 그린사이언스 대표(핵융합연 책임연구원)는 "초기 개발단계부터 인도 공과대(IIT)와 협력했으며 향후 2메가와트급(㎿) 소형 플라즈마 석탄가스화 발전소를 인도 전역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 개발을 완료한 뒤 특허소유권을 연구소에 넘기고 기술사용권을 받았다.

핵융합연은 플라즈마를 이용한 리튬이온 전지 효율 향상 기술도 이전했다. 리튬이온전지의 양 · 음극소재를 수소 기반 대기압 플라즈마로 처리하면 전기 전도도가 더 좋아진다. 양 · 음극 소재의 산화물(옥사이드) 내 산소가 플라즈마를 맞으면서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쓰이던 플라즈마를 리튬이온전지 전극에 응용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대기업인 L사 등이 함께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플라즈마 방전을 이용한 침출수 · 선박평형수 정화,하수 재처리,정수용 살균소독장치 등 수처리 기술도 함께 이전됐다. 물 속에서 플라즈마를 만들면 물이 분해되면서 강력한 살균제인 하이드록시기(OH)가 생긴다. 핵융합연은 국제해사기구(IMO) 협약에 따라 2016년까지 모든 선박에 선박평형수(선박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배출하는 물) 정화장치가 의무화되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융합연은 이번 기술이전으로 1억원의 선급기술료를 받았으며,기술 실시기간인 2012~2019년 기술사용에 따른 연 매출의 3%를 경상기술료로 받게 돼 총 50억원의 기술료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이경수 핵융합연 소장은 "그동안 추진해 온 플라즈마 스핀오프 기술사업화의 첫 사례"라고 말했다.


◆ 플라즈마

기체 상태의 물질에 계속 열을 가하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면서 양이온과 전자가 거의 같은 양으로 존재하게 되며 전기적으로 중성을 띤다. 이때 상태를 플라즈마라고 하며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이라고 한다. 우주의 99%는 플라즈마로 이뤄져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