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 우려에 더해 유럽과 미국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특히 지난 주말 스위스내셔널뱅크(SNB)가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긴급자금 2억달러를 조달하면서 유럽계 은행들의 자금난이 확인됐다. 그러나 2008년처럼 정부가 구제금융 등에 쓸 실탄이 없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자금난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은 불안하기만 하다.

◆돈 넘치는 스위스에서도 은행은 자금난

스위스 중앙은행인 SNB는 지난 10일 Fed로부터 2억달러를 조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한 민간은행의 요청에 의해서다. 시장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안전자산인 스위스프랑 가치가 급등하자 환율 방어를 위해 SNB가 시장에 상당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데도 중앙은행에 손을 벌릴 만큼 자금난이 심각한 은행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스위스의 대표적 은행인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중앙은행에 자금 조달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1.8%,UBS 주가는 0.8%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자금조달을 요청한 사실을 시인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드문 경우"라며 "2008년 영국 은행들도 그들이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유럽의 한 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5억달러를 차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은행들의 자금난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은행 더블딥 공포

미국 은행들이라고 상황이 나은 건 아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주 주가가 다른 산업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면 대출 등 수익 기반이 줄어들 뿐 아니라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기존 대출자산의 건전성도 악화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라라셜앤드메이의 프랭크 셜리 회장은 "은행들은 경기 둔화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향후 수개월간 고전해야 할 것"이라면서 "몇 달 전부터 고객들이 금융기업 투자에 관심을 가지면 '절대 안 된다'며 말려왔다"고 말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은 이달 들어서만 최소 주가가 4분의 1씩 하락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은행들이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자금 조달 비용도 올라가고 있다. 신용경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 간 조달 금리인 리보 금리는 19일 0.303%로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보 금리는 6월 중순만 해도 0.245%에 불과했다. 2개월 만에 은행 차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 Fed

미국중앙은행.The Federal Reserve를 줄여서 Fed라고 쓴다. 미국의 기준금리 및 통화정책을 결정하며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이를 집행하는 12개 연방은행(the federal bank)으로 구성된다. 본지는 미 중앙은행을 FRB로 써왔으나 영어 원문에 충실하고자 앞으로 Fed로 표기한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