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얼마 전 초임 장교 6명을 이등병으로 위장시켜 3박4일간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게 했다. 이등병 체험을 통해 병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병영문화 개선 방안을 찾아내라는 것이 취지였다. 비슷한 예가 미국에도 있다. 메리어트호텔은 최고경영자(CEO)와 직원이 역할을 바꾸는 '크로스 트레이닝(cross training)'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역할 바꾸기 프로그램'은 조직이 구성원의 고충 및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해결해주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경영자나 관리자가 직접 경험을 통해 조직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기업 구성원의 고충도 많아지고 있다. 고충의 유형도 급여에 대한 불만이나 상급자와의 갈등부터 가정사를 비롯한 개인적인 문제까지 다양해졌다.

선진 기업은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을까. 많은 기업들은 회사와 직원 간,상급자와 부하 직원 간에 상시적인 대화 채널을 운영한다. 소프트웨어 업체 SAS는 관리자가 이메일이나 개인 면담 등을 통해 수시로 직원들에게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한다. 1년에 한두 번 하는 공식적인 피드백만으로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를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시적인 피드백은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업무상 고민을 해결하는 역할까지 한다.

고충 해결을 전담하는 전문 상담 부서를 운영하는 기업도 많다. 전문가가 직원들의 고충을 접수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뒤 피드백까지 제공하는 방식이다. 캐나다의 내셔널뱅크 파이낸셜은 사내에 '직원 옴부즈맨'을 설치해 직원들의 고충을 접수하고,불합리한 규정이나 관행을 CEO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한다.

외부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기업도 있다. 직원들은 누군가에게 고충을 털어놓았을 때 이런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외부 업체를 활용하면 직원들의 비밀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동료 참여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동료와 상급자,경영진 등으로 패널을 구성해 직원의 불만과 고민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개인의 불만이 조직 전체로 퍼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로 알려지면서 요즘 미국 기업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IBM은 직원이 업무상 불만을 제기하면 동료 직원 3명과 관리자 2명이 모여 토의한 후 다수결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 등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는 3심제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회사나 상급자의 결정에 직원이 이의를 제기했을 때 3단계의 의사결정을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페덱스는 1981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부서장의 결정에 직원이 이의를 제기하면 부사장급 임원이 다시 판단하고,그래도 이의가 있을 때는 CEO가 나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고충 해결이 늦어지면 직원들은 회사나 경영진이 무관심하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소한 고충도 소홀히하지 않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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