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역서 러' 대통령 전권대표·연해주 주지사 등이 영접
울란우데서 정상회담 예상…"김정은 동행 가능성 낮아"


유철종 특파원ㆍ이귀원 기자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일 2002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20일 오전 북-러 국경에 인접한 러시아의 첫 기차역 하산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러시아 크렘린궁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공식 확인했다.

크렘린궁은 짤막한 성명을 내 김 위원장이 이날 러시아에 도착했으며 김 위원장이 극동지역과 시베리아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김 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주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정상회담이 언제, 어디서 열릴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주 중반(mid-week)에 열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북-러 국경을 넘어 오전 10시(한국시각)께 하산역에 도착했으며 현지에서 환영행사가 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소식통도 하산 역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이날 오전 12시(연해주 현지시각)께 하산 역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하산 역에서는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빅토르 이샤예프와 연해주 주지사 세르게이 다르킨 등이 나와 김 위원장을 영접했으며 러시아 TV는 안경을 낀 김 위원장이 '상징'처럼 된 군복 타입의 인민복을 입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환영 나온 러시아 관리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을 포착, 방영했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이날 예정보다 2~3시간 지연됐다.

애초 김 위원장은 이날 이른 아침 국경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북-러 관계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하산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위쪽에 있는 우수리스크의 댐 시설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행선지가 어디가 될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 현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연해주 지역에 이어 극동 지역 최대 수력 발전소인 '부레이 발전소'가 있는 아무르주를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가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과 함께 같은 노선을 통과하는 송전선 건설 프로젝트를 남북한에 제안하면서 전력 공급원으로 꼽은 곳이 바로 부레이 수력 발전소다.

이곳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을 북한을 경유해 남한으로 이어지는 송전선을 깔아 한반도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김 위원장이 부레이 발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러 양측간의 에너지 협력 문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극동 지역 통신사인 프리마미디어는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나 다른 도시에 들르지 않고 곧장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예정된 울란우데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까지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과 주변에서도 김 위원장 방문 준비와 관련한 어떤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바이칼 호수에서 멀지 않은 동부 시베리아 도시 울란우데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울란우데까진 이샤예프 전권대표가 김 위원장을 수행할 예정이다.

총 방러 기간은 1주일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일정에 정통한 익명의 러시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1주일가량 머무를 것이고 정상회담은 주 중반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메드베데프 대통령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모두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러 정상회담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에 대해 "메드베데프 대통령만 만난다고 단정적으로 볼 수 없다"면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를 모두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방러 기간이 1주일 정도 되면 오다가다 푸틴 총리도 만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후계자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대해 "확인이 안 된다"면서 "중국 방문 때 안 데려갔으니 이번에도 데려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거기 가려면 한 보름은 잡아야 한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모스크바ㆍ서울=연합뉴스) cjyou@yna.co.kr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