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PC 사업부를 떼어내고 모바일 기기 제조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P는 지난해 4월 12억달러(1조3000억원)에 스마트폰 업체 '팜'을 인수하고 모바일 기기 사업에 진출했다. 이번 발표로 1년4개월 만에 추가 사업 진행을 포기했다. 7월 미국에서 출시한 태블릿PC '터치패드'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초 HP는 자사 PC에 모바일용 운영체제(OS) '웹OS'를 기본으로 탑재한 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업이 낮은 제품 경쟁력으로 흔들리면서 아예 하드웨어 분야에서 발을 뺀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남겨진 웹OS를 주목하고 있다. 스티븐 드윗 HP 웹OS 사업부장(부사장)은 "웹OS 개발을 계속할 것이며,이를 탑재한 하드웨어를 만들 파트너사를 찾아나서겠다"고 말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과 유사하게 휴대폰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웹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 휴대폰 업체들은 OS를 제공하는 구글을 견제할 수단이 시급하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일거에 휴대폰 산업에 진출했다. 구글은 다른 제조업체와 모토로라를 차별 없이 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언제라도 전략을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이들 업체의 속내다.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IT매체들은 "자체 OS를 강조하는 삼성전자가 HP와 제휴하거나 아니면 아예 이를 매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단독으로 단말기 개발에 나선 HP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며 "먼저 웹OS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웹OS 같은 방식의 OS는 개발하기 그리 어렵지 않은 데다 HP도 자체 OS를 계속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다"며 매각 가능성을 낮게 봤다.

PC사업부 매각도 관심거리다. 레오 아포테커 HP CEO는 "PC사업부의 장래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PC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5%에 불과해 매각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어떤 업체가 인수하느냐가 관심사다. HP는 연 60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PC업체다. 2005년 중국 레노버가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