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법이 황모씨가 215억원을 기부해 설립한 구원장학재단에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한 세정 당국의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기부한 주식이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5%를 넘어 현행법(상속 및 증여세법)상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황씨의 기부는 경제력 세습이 아니라 순수 장학 사업을 위한 것이므로 증여세 부과의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며 황씨의 손을 들어줬던 1심 판결은 이렇게 뒤집혔다.

황씨는 본인의 회사 주식 90%(200억원 상당)와 현금 15억원을 아주대에 기증했다. 아주대는 황씨가 기증한 주식과 현금으로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고 6년간 733명의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총액 41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현금이 아닌 주식이 장학재단에 기부된 것에 주목했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은 기부 주식이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할 경우 이는 경영권을 넘기는 목적의 변칙 증여로 간주해 최고 60%의 증여세를 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황씨는 재단이 순수한 장학 활동을 해왔던 그간의 실적과 투명하게 경영해온 재단 내역을 제출하면서 재산증여가 아닌 기부라고 맞섰지만 세무당국은 막무가내로 증여세를 부과했고 결국 증여세 부과가 옳다는 고법의 판결이 떨어진 것이다. 대법원까지 가봐야 하겠지만 기부 문제를 다루는 현행 세법이 갖는 문제는 이로써 충분히 드러났다.

기부에 60%의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면 과연 누가 공익재단에 재산을 기부하겠는가. 하지만 우리나라 세법은 이처럼 개인 기부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부자 워런 버핏을 칭송하지만 버핏은 자신의 재산을 사실상 상속용으로 기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세금은 전혀 내지 않았다. 한국 세법은 천사가 아니라면 기부가 불가능한 규제의 그물망으로 짜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