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가 1913년 출범한 이래 가장 돋보이는 의장을 꼽으라면 폴 볼커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그리고 벤 버냉키 현 의장이다.

볼커는 '인플레 파이터'였다. 1979년부터 1987년까지 Fed 의장을 지내면서 단행한 금리정책으로 붙은 별명이다. 그는 1981년 13.5%에 이르던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을 1983년 3.2%로 진압했다. Fed 의장으로 취임할 당시 11.2%였던 기준금리를 1981년 20%로 과감하게 끌어올린 덕분이다. 실업률 상승과 고금리라는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인플레를 잡아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경제호황을 누리도록 토대를 놓은 공적은 Fed의 전설로 통한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도 빛을 발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80년 만에 월가를 대수술하는 개혁을 주도했다. '볼커룰'을 디자인한 게 대표적이다. 이 룰은 은행들이 자기자본으로 몸집을 불리고 투기에 나서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다.

볼커의 바통을 이어받아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그는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다. 1987년 10월19일 미 증시가 과도하게 달아오르자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단 한마디로 주가를 진정시켰다. 세계 증시의 주가도 고꾸라졌다.

그는 아시아 외환위기,러시아 디폴트 위기,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위기,닷컴버블 붕괴 때마다 기준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절묘하게 사용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그린스펀 풋(put)'이라고 불렀다. 파생상품시장의 풋옵션처럼 주가가 빠질 때면 어김없이 그린스펀이 살려놨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에 이어 의장직에 오른 버냉키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2008년의 월가발 금융위기 불을 껐다. 시중에 총 2조3000억달러를 푼 1,2차 양적완화 전략이었다. 경기 침체시 헬리콥터를 타고서라도 달러를 살포하겠다고 장담한 그의 지론을 이행했다. 자신의 말대로 '헬리콥터 벤' 정신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영웅적이고 창의적 해법이라고 치켜세웠다.

문제는 그의 양적완화 정책에도 미국 경제가 제대로 회복하지 않는 데 있다. 시장에선 3차 양적완화를 포함한 그의 묘수를 기다리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달러를 더 풀자니 물가 앙등이 우려된다.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다. 버냉키가 맞닥뜨린 딜레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