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방지 캠페인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한국'] 하지원 "아무리 힘들어도 생명 스스로 포기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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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을 자살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이 캠페인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녹원회가 홍보대사를 맡고 유명 스타들도 동참하고 있다. 다음은 배우 하지원과의 인터뷰.
◆ 사랑 반대말은 무관심
하지원을 만난 건 지난 12일 밤. 하지원은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이혼율과 자살율이 1위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숙연한 표정으로 "자살율이 높다는 건 언론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1위일 줄은 미쳐 몰랐다"는 그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고귀한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남은 가족들은 그 아픔을 평생 가져가야 하지 않나"라고 말문을 열었다.
-혹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연예인 중 친분이 있었던 사람은.
"없다. 하지만 최진실 정다빈씨 등은 방송국에서 몇 번 마주치고 인사를 나눈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에 비보를 접한 뒤 믿을 수 없었고 정말 경악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싶지만 그래도 꼭 그래야 했나, 한번만 더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렸더라면 어땠을까 아쉽고 안타깝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힘이 빠지고 의욕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외로움, 단절감이 제일 크지 않을까. 고민이나 문제가 없는 사람은 아마 지구상에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천석꾼은 천 가지 고민, 만석꾼은 만 가지 고민이 있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그걸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고독사라는 단어를 봤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일본의 독신 남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고독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다룬 글이었는데 섬뜩했다."
-자살율을 낮추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가장 큰 적이 무관심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리고 자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위에 자신의 절박함을 내비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그걸 잡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을 때 행동에 옮긴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족, 친지, 이웃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살아야 할 것 같다."
-혹시 악플 때문에 괴로워 한 적은.
"연예인으로 살다보면 좋은 점도 있지만 말 못할 고민도 있게 마련인데 악플도 그런 것 중 하나다. 사실 악플은 안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보고나면 괜히 찜찜하고 자꾸 마음에 걸리기 때문에 아예 접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건강한 비판과 비난은 발전의 동력이 되는 만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가끔 연예인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 섭섭할 때가 있다. 말과 글에는 주술력이 있다고 믿는다. 자꾸 누군가에게 지구를 떠나라고 돌을 던지면 그걸 맞는 죄없는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왜 유독 우리나라가 자살율 1위가 됐다고 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삶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징표가 아닐까 싶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면 누구나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사회라면 이렇게까지 자살율이 높지 않을 것 같다. 선진국처럼 복지 정책이 잘 마련돼있지 않은 것도 이유일 것 같고. 얼마 전 TV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고리사채까지 빌린다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쉽지 않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메스를 대야 하는지 갑갑할 뿐이다."
-인생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극복하나.
"막연하더라도 잘 될 거라는 믿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편이다. 운동을 해서 땀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대인관계가 넓은 편이 아닌데 저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면 고민이 훌훌 사라지는 것 같아 효과를 봤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치유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주위에 멘토처럼 든든한 인생 선배가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좋겠다. 또 후배들에게 제가 그런 역할이 되고 싶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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