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도 궁합이 있는 걸까. 나라별로 좋아하는 종목이 다르다. 유럽인들이 열광하는 축구가 미국에선 찬밥 신세고,미국에서 인기 절정인 야구가 유럽에선 푸대접을 받는다. 유럽인들이 내세우는 '야구가 마땅치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정지된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건지,축구에 빠져 지내기도 바쁜데 야구에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는 건지는 알 길 없다. 어쨌거나 한국과 일본에선 야구와 축구 모두 사랑받는다. 역사는 일본이 길다. 프로야구만 해도 우리는 1982년 3월 출범했지만 일본에선 46년이나 빠른 1936년에 시작됐다.

올해로 30년째를 맞은 프로야구가 숙원인 시즌 관중 600만명 돌파는 물론 700만명까지 바라보게 됐다는 소식이다. 잦은 비로 순연된 적이 많았는데도 지난 14일 역대 최소인 382경기만에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전체 경기(532회)까지 30% 가까이 남은 만큼 이대로 가면 올 시즌 목표인 650만명을 넘는 것도 무난하리란 전망이다.

구단별로 6000원~1만원인 입장 수입을 중간인 8000원으로 치면 입장 수입만 520억원에 달하게 됐다. 유니폼 등 파생상품 판매액을 보태면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게 틀림없다. 외환위기 이후 한때 경기 당 관객이 100명 미만인 적도 있었을 만큼 침체에 빠졌던 프로야구가 이처럼 흥행몰이에 성공하게 된 요인은 몇 가지로 풀이된다.

관객,특히 블루오션인 여성관객 증대를 위한 구단과 야구장의 다양한 마케팅과 관전환경 개선,선수들의 기량 향상,구단의 치열한 순위 경쟁 등이 그것이다. 두산 베어스는 '여왕일'을 정해 여성에게 입장권 할인과 경품(항공권ㆍ식사권) 제공 혜택을 주고,SK와이번스는 '야구장으로 소풍가자'며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에 '여성전용 파우더룸'을 만들었다.

문학구장엔 '바비큐존'과 잔디밭 초가정자(8인석) 등을 마련,가족 · 연인 · 직장인들이 나들이 및 회식 장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두산과 LG의 홈구장인 잠실구장은 프리미엄석을 마련,도시락을 먹으며 볼 수 있게 하는 한편 여성 화장실을 대폭 확충했다.

서울 목동구장도 리모델링을 통해 1만600석에 팔걸이와 컵받침을 설치하고 장애인 관람석과 보호자석을 배치했다. 여기에 삼성과 KIA,과거 1 · 2위를 다툰 SK와 두산,롯데와 LG의 순위 싸움 등이 특정구단과 선수를 응원하는 남녀노소 모두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탄탄한 콘텐츠와 잠재고객 유인책,꾸준한 환경 개선으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다른 부문도 다를 리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