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밤,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무상급식 첫 TV 토론회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지난해 6 · 2 지방선거 이후 1년 이상 첨예하게 대립해온 초 · 중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가진 공개 토론회였다.

세간의 관심을 끈 토론회답게 양측은 시종일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전면적 무상급식안은 망국적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오 시장의 지적에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과잉이념으로 덧칠하지 말라"며 맞받아쳤다. 토론을 벌인 지 사흘이 지났지만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지지와 비판의 설전이 여진(餘震)처럼 이어지고 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지만 당일 토론 대결에서 오 시장이 우세했다는 평이 많다.

문제는 정작 무상급식 논란의 핵심인 재원 마련 방안이 토론회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토론의 대부분이 주민투표에 대한 위법 논란이나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발표에 집중됐다. 초 · 중학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연간 6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은 좋은 것"이라는 기본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나아가 "공교육이 수학여행 체험학습 비용과 문예 등의 소양교육까지는 아무런 부담 없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비용이 얼마나 소요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단계별 실시를 주장한 오 시장도 재원조달 문제는 피해갔다.

'복지 예산'관리는 서울시만의 문제도,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때마침 토론회 다음날인 13일 이탈리아 정부는 2년간 455억유로(70조원) 규모의 재정긴축안을 통과시켰다. 복지 혜택 등 정부의 공공지출을 줄인다는 게 긴축안의 핵심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도 이탈리아의 이 길을 따르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오는 24일 서울 시민들이 투표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념을 떠나 '재원과 예산'문제만큼은 따져봐야 할 국면인 것 같다. 내년도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온갖 형태의 무상복지 포퓰리즘이 꿈틀거리고 있다. 잘못된 길을 걷다가 뒤늦게 대규모 재정긴축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한 이탈리아의 전철(前轍)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