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외화 유동성이 급격하게 이탈할 수 있는 만큼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유럽과 미국의 주요증시가 상승했지만, 공매도 금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커 재정위기 우려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럽의 금융불안은 국내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지난 12일 현재 140bp(1bp=0.01%)로 전날 136bp보다 4bp 올라 작년 6월1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를 내더라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파생상품이다.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프리미엄이 커진다.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5조567억원에 이르렀다. 국제금융센터가 이달 들어 한국, 대만(이상 11일 기준), 인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이상 10일 기준) 등 아시아 신흥 6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집계한 결과, 한국은 44억7천770만달러로 대만(57억560만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 1~11일에 국내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2조7천417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을 이탈한 미국계 자금은 9천513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룩셈부르크계가 8천94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계가 6천5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2조680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프랑스계 자금은 절반에 가까운 8천289억원이나 됐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리스크가 외환시장과 자금시장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신정평가(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외화유동성 문제를 `높은 관심' 대상으로 분류하고서 급격한 외화유출과 환율의 급변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유럽 재정위기가 확대되면 유럽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급격한 자금회수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유럽계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비중은 6월 말 기준 36%에 이르며 역외시장에서 간접 차입금까지 고려하면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고 밝혔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 크게 효과를 봤던 외환스와프 라인의 개설을 포함한 비상시 외화유동성 확보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해온 증권사들도 외환시장과 자금시장의 위험 가능성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