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환-목영준 2파전…`안정이냐, 개혁이냐' 주목

이르면 이번 주 지명될 것으로 알려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에게는 궤도에 오른 사법개혁을 완수함으로써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법원상을 구현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질 전망이다.

내달 24일로 임기를 마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뒤를 이을 새 대법원장 후보로는 15일 현재 박일환(60.사법연수원 5기)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목영준(56.〃10기) 헌법재판관의 `2파전' 구도가 기정사실화된 양상을 띠고 있다.

박 대법관은 기존 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할 적임자로 꼽히며, 목 재판관은 사법부 내 세대교체를 통해 개혁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양자 간에 `안정이냐, 개혁이냐'의 키워드 차이도 있고, 현 정권 텃밭인 TK(대구·경북) 출신의 박 처장과 서울 출신인 목 재판관의 지역 대비도 뚜렷하다.

현직 대법관의 옹립이냐, 헌법재판관의 사상 첫 사법부 수장 입성이냐를 놓고 여러모로 관심이 집중되는 인사 구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를 기치로 내걸고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6년간 공판중심주의에 기초한 형사사법제도 개선 등 강도 높은 사법개혁과 과거사 청산 노력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물론 현 정부와의 대립·불화를 감수해야 했고, 때로는 사법부가 도리어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사법권 독립과 기본권 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미완의 개혁 과제를 상당 부분 남겼다는 측면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사법부의 새로운 색깔을 보여주면서도 일정 부분 개혁 과제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떠오르는 과제는 사법제도 선진화의 도약대가 될 `법조일원화'의 연착륙이다.

사법연수원생을 법관으로 뽑는 현행 임용 방식 대신 변호사·검사 중 10년 이상 법조경력자를 신규 법관으로 100% 채용하는 개념인 법조일원화는 2013년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가 2022년에는 전면 실시된다.

정치권과의 힘겨운 협상 끝에 로드맵은 마련했지만 세부시행 방안은 여전히 공백 상태로 남아있다.

따라서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는 법조일원화의 초석을 놓는 것은 물론 다소간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실행계획을 추진력 있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동전의 양면'격인 로스쿨 제도의 정착도 만만찮은 과제다.

2009년 도입돼 내년이면 첫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기존 사법연수원생과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불협화음이 적잖은 데다 사법시험 폐지에 대한 반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2월부터는 법원인사제도의 골간이 돼온 고등법원 부장판사제가 폐지되고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판사를 나눠 선발하는 `법관인사 이원화'가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상고심 제도 개선을 위해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0명 이상으로 증원하고, 법관의 고유 권한인 양형을 국회에서 법으로 정하는 양형기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도 있다.

사법부에서는 이를 법원의 권위와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단됐던 국회 사개특위가 재가동될 예정이어서 대법관 증원과 양형기준법 논란은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변수로 도사리고 있다.

대법원장의 교체는 불편했던 행정부-사법부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정부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차기 대법원장은 올해 2명, 내년엔 4명에 달하는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대법원은 물론 사법부 전반의 체질변화를 야기할 인사권의 키를 쥐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사법부 수뇌가 바뀌면서 사법정책 노선이 진보에서 보수로 선회하고,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이 대거 교체돼 대법원 판결이 차츰 보수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