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토트넘에서 발생,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폭력시위가 영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방화와 약탈까지 일어나며 영국을 비상사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휴가를 취소하고 급거 귀국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9일 비상각료회의를 열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11일 임시 의회를 소집,폭동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9일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일 영국 토트넘에서 시작된 시위는 런던 버밍엄 리버풀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25명이 체포되고 36명이 기소됐다. 시민 1명이 사망하고 경찰관도 35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시발점은 29세 흑인 남성인 마크 더건이 토트넘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었다. 영국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시위는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시위의 성격도 변했다. 시위대는 영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영국 청년(16~24세) 실업률이 20%에 다다르며 91만7000명이 실업자로 전락하자 이들이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1.7%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국 정부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토트넘 해크니 등 빈민가의 청년 실업자들은 이 같은 이유로 시위에 대거 가세하고 있다. 한국인 남녀 관광객 2명도 런던 도심 하이드파크 인근 퀸스웨이 지하철역 부근에서 영국 청년들에게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탈당했다.

이번 시위는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영국 젊은이들이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으며 특정 장소에 모여 시위를 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약탈한 물품과 자신의 모습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투스카니에서 휴가를 즐기던 캐머런 총리는 급히 귀국했다. 그는 현재 시위에 대해 "약탈과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역겨운 광경"이라며 "단순한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9일 저녁 1만6000여명의 경찰을 런던 시내에 배치했다. 전날에 비해 3배가량 늘려 치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소셜미디어 수사도 진행해 시위를 주도한 이들을 색출할 계획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