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 이외에 손 쓸 방법이 없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을 총괄하는 한국거래소가 증시 폭락에 대처할 만한 수단이 사실상 없어 고심이다. 기껏 내놓은 대책이란 게 비상 운영체제로 전환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정도다. 가격제한폭을 제한하는 등 강력하고 구체적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외에 대응수단이 없다

8일 오후 1시 23분께 한국거래소는 올 들어 처음 유가증권시장에 사이드카를 발령했다. 코스피200 선물(최근월물)이 5% 넘게 1분이상 폭락해서다.

이에 앞서 오후 1시 10분쯤엔 코스닥시장에 서킷 브레이커가 역대 5번째로 발동됐다. 코스닥지수가 10% 이상 폭락한 탓이다. 2008년 10월 24일 이후 근 3년 만에 처음이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에서 20분간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취한 조치는 여기까지다. 일시적 매매 중단 뒤 거래재개 이후에도 폭락세는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거래소는 추가 대책은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는 "거래소 입장에선 주가가 떨어진다고 대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 뿐 아니라 하락에 베팅해서 수익을 얻는 상품도 있는 이상, 균형감 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해외 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이번 금융시장의 충격은 미국과 유럽 등 대외적 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의 사정이 이렇자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볼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는 거칠게 나온다.

이영주 대신증권 광명지점 부장은 "시장 조치의 범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현물 시장의 서킷 브레이커 발동 요건을 기존 10%에서 크게 낮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장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 공매도 제한 조치가 있었는데, 일회성에 그쳤다"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조치가 계속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기철 교보증권 양평동지점 차장도 "시장 조치를 취할거라면 일찍 하는 게 맞다. 10% 이상 빠지면 이미 시장은 패닉상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증권사 지점장도 "장이 이지경으로 무너졌으면 금융위기 때처럼 증권 유관 기관들이 시장안정 펀드라도 조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책을 촉구했다.

◆공매도 제한ㆍ개장시간 조절 등 가능한 카드

카드가 많지는 않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공매도 제한이 대표적 카드다.

실제 금융 당국은 2008년 유가증권시장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제한한 바 있다. 현재는 금융주 이외의 종목은 공매도가 가능하다. 이를 전 종목으로 확대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 제한 카드는 과거에도 한번 썼던 적이 있어 투자자들의 거부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장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2001년 9ㆍ11 테러 당시 오전장을 열지 않았던 선례도 있다. 혹은 아예 하루이틀 정도 주식시장 휴장도 검토해 볼 수 있다. 15%인 종목 당 가격제한폭을 좁히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런 시장 조치들은 업계의 동의와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기관 투자자들이 일제히 로스컷(손절매)을 하지 않도록 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정부 등이 나서 권고하는 방법도 있다. 기관은 대체로 종목당 10~15% 이상 손실이 날 경우 기계적으로 매도한다.

투자자문사의 한 운용역은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금융당국이 요청할 경우 로스컷을 하지 않을 명분은 생긴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