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인도 집권당인 국민회의를 이끌어온 소냐 간디 당수가 건강이상으로 수술을 받음에 따라 그의 아들 라훌 간디가 인도 정치 1인자로 등극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라훌은 그동안 차기 총리감으로도 거론돼 왔다.

올해 64세인 소냐 간디 당수는 자궁경부암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최근 미국 뉴욕에서 수술을 받았으며 아들 라훌은 현재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다. 간디 당수는 미국으로 향하기 전 집권당 당무를 이끌 4명을 지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4명은 라훌과 프라납 무커지 재무장관, A.K. 안토니 국방장관, 자나르단 드위베디 당 대변인이다. 국민회의의 ‘핵심그룹’ 또는 ‘4인 위원회’로 불리고 있다.

라훌을 제외한 핵심 그룹 소속 3명과 맘모한 싱 총리는 지난 6일 수도 뉴델리에서 회동,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라훌은 이르면 내주중 4인 위원회의 일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도 현대 정치사에서 또 다른 중대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현지언론은 7일 전했다.

간디 당수는 향후 2~3주 동안 미국에 더 머물며 귀국하더라도 당수로서 역할을 하지 않고 권력을 아들에게 넘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라훌이 비록 임시기구 성격인 4인 위원회에서 활동하더라도 이는 향후 당권을 공식적으로 이어받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라훌이 언제 당권을 공식적으로 접수하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라훌은 차기 총리로 끊임없이 거론돼 왔다. 결국 라훌의 공식 집권은 간디 당수에게서 권력을 ‘분배받은’ 국민회의의 구세대 지도자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 구세대 지도자는 향후 펼쳐질 정치 역학구도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챙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라훌로의 권력이양을 서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라훌의 집권은 인도 정치권력 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는 아닐지라도 새로운 파장을 자연스럽게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올해 41세인 라훌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인터넷 회사를 경영하다 2004년 정계에 입문, 국민회의 사무총장으로서 2009년 집권당의 총선 압승을 진두지휘했다.

라훌이 인도 정치의 1인자에 오르면 네루-간디 가문의 5세대 지도자로 등극하는 셈이다. 1947년 독립 후 인도의 현대 정치사를 주도해온 네루-간디 가문은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부터 딸(인디라 간디) 외손자(라지브 간디)까지 3대째 총리를 배출했다.

남편인 라지브 간디를 잃은 뒤 1998년 정계에 입문한 소냐 간디는 총리에 오르지 않고 당수로서 권력을 행사해오면서 라훌을 지도자에 오를 수 있도록 애써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인 소냐 간디는 국민회의의 5번째 외국인 당수며 인도 독립 이후엔 첫번째 외국인 당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