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8일 열리는 한국 금융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금융시장 영향을 가장 빨리,민감하게 반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 세계 13위인 우리나라의 증시는 이날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다. 국내 증시는 신흥국 가운데 비교적 뛰어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갖추고 있지만,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경기와 투기자금 흐름에 유난히 취약한 움직임을 나타내왔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 증시에 '촉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소식이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그동안 미국의 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긴 했지만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웠고,발표 시점상 주요국 증시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증시 마감 이후 가장 먼저 시장이 열리는 곳은 아시아다. 휴장일이 다른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증시 등이 우리보다 먼저 열렸지만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작고 금융시장 개방도 덜한 편이어서 세계 금융시장 영향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을 외국인에 전면 개방한 상태로 민감한 반응을 보일 전망이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 증시는 우리와 같은 시간에 열리지만 경제 규모가 워낙 크고 엔화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투기적인 자금 흐름에 둔감한 편이다. 우리 시간으로 오전 7시와 8시에 각각 열리는 뉴질랜드와 호주 증시도 대외 충격에 비교적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외국인 비중 가장 높은 편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아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은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원인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외화유동성 위기를 고조시키며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지난 6월 말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유가증권시장)은 33%로,아시아 국가 중 대만(32%)과 더불어 최고 수준이다. 다음으로는 싱가포르(23.7%) 태국(20.7%) 등이 20%대다.

채권시장의 경우 외국인은 전체 발행 채권의 7%,국채의 15%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국채의 외국인 보유 비중(5%)의 세 배 수준이다. 외국인의 우리나라 국채 보유 비중은 사상 최대 규모이자 2008년 말 7% 수준에서 2년6개월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외국인 비중이 높다는 것은 외국인의 태도에 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걸 의미한다.


◆위기 때마다 낙폭 최대

코스피지수는 그동안 남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부채 한도 조정협상 등 대외 악재가 터질 때마다 다른 나라보다 민감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미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한 지난 2일부터 나흘 동안에는 10.5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만이 9.75%,홍콩 7.58%,일본이 6.67% 하락한 것과 비교해 낙폭이 컸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외환시장도 매번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금융시스템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원화가 글로벌 위험 회피 성향 및 유로화 환율의 환율 민감도가 가장 크다는 분석에서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