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전만 해도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7월까지 7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거듭한데다 정부가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 세계 경제가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 우려에 빠져들고 국내외 금융시장이 폭락한데다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당초 '금리 인상'을 내다봤던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중 일부는 '금리 동결' 쪽으로 입장을 수정했다.

◆세계 경제 불안…금리 동결 전망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20명 중 12명이 8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경제 규모가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전염되는 양상인데다 미국마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경기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굉장히 불안하다"며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갑자기 불거진 대외 악재가 아니어도 국내 경제 여건상 금리 인상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물가는 8월이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1월까지는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장도,물가도 힘들다

정부가 올해 거시정책 목표로 제시한 '경제성장률 4.5%,소비자물가 상승률 4%'는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20명 중 16명이 정부가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장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3.8%에 그친 상황에서 연간 경제성장률 4.5%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성장률이 5.2%가 돼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8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는 높았다. '4%대 물가 상승률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20명의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중 8명이 '9~10월',4명이 '연말까지'라고 밝혔다. 전체의 60%(12명)가 4분기까지도 4%대 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셈이다. 반면 7~8월 중 마무리될 것이란 응답은 7명에 그쳤다.

박형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하면 한은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세계경제 '더블딥' 속단은 일러

세계경제가 더블딥이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신중론을 폈다.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동학림 IBK경제연구소장은 "미국 중앙은행이 향후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블딥 가능성을 낮게 봤다.

고유선 대우증권 글로벌경제팀장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할 정도의 과잉생산이나 과잉고용이 없었기 때문에 더블딥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박신영/김일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