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단호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워싱턴에서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지난달 18일.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담당 애널리스트 니콜라 스완 이사는 한국 특파원들에게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재정적자 감축 규모가 4조달러에 미치지 못하면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눈빛과 말투에는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S&P의 이 같은 입장은 무디스,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회사에 비해 가장 공격적인 것이었다. S&P는 미국이 재정건전성을 개선할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1941년부터 유지하던 AAA등급을 내일 당장이라도 AA로 강등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스완 이사는 "재정적자를 2조달러 줄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도 했다. 수개월여의 부채 협상을 끝내기 위한 정치적 타협을 S&P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랬던 S&P가 협상이 끝난 지 사흘이 지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1일 양당이 합의한 재정적자 감축 규모는 약 2조4000억달러다. 기존 입장대로라면 이미 신용등급을 낮췄어야 하는 규모다. 그 사이 무디스와 피치는 현 신용등급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적자 감축을 위한 추가 조치를 기대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시장에 충분한 정보를 준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S&P의 입에 모아져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의 투자자들은 지옥과 천당을 오가야 했다. 1주일여 하락세를 이어가던 주가가 이날 오전에 또 다시 곤두박질쳤다. 반등을 이끈 뉴스는 초라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 고위직들이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경우"를 전제로 "추가 경기부양(3차 양적완화)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였다. 결정권도 없는 퇴직 관료들의 말에 다우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출렁일 만큼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은 50 대 50"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악화되는 경제지표,끝나지 않은 유럽 재정위기 등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불확실성에 세계 최대 신용등급 회사 S&P도 한몫하고 있다.

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