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임차인 쪽 사유로 해지할 때 보증금 총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는 약관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5부(한영환 부장판사)는 S(57)씨가 임대주택 분양업체 H사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임대차 계약을 할 때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을 따르지 않고 임의로 10% 위약금 조항 등을 계약서에 삽입해 분쟁이 잇따르는 데 대해 법원이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임대보증금은 매매 대금과 달리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면 임차인에게 반환해줘야 할 돈이고, 임대인은 해당 임대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새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손해가 그리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보증금의 10%를 위약금으로 한 특약은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S씨는 2009년 3월 H사와 보증금 20억여원, 월 차임 340만원에 용산구 한남동 H빌라를 5년간 임차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보증금의 10%인 2억원을 우선 지급한 뒤 5차례에 걸쳐 나머지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당시 S씨가 쓴 계약서에는 "보증금 잔액 지급을 3개월 이상 연체하는 등 임차인의 사유로 해제 또는 해지할 때에는 보증금 총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임대인이 갖는다"는 특약이 활자로 인쇄돼 있었다. S씨는 계약금 지급 후 보증금 2회분을 약정기일까지 내지 못했고, H사가 임대차 계약을 해제한 뒤 이미 지급받은 2억원을 돌려줄 수 없다고 통보하자 계약금 반환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