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7월 수원에 개원한 이춘택병원은 관절전문병원으로는 가장 연륜이 길다. 올해 30주년을 맞아 과거의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이 병원의 간판 의술은 수술용 로봇 '로보닥'을 이용한 로봇 인공관절수술이다. 2002년 국내 최초로,독일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로봇을 도입해 현재 수술 6200여건을 돌파함으로써 세계 1위의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춘택 병원장을 비롯한 정형외과 전문의 8명과 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전문의 등 총14명의 의사와 92명의 간호사 등이 186병상을 꾸려나가고 있다.

◆수술 성공률 높이려 수술로봇 도입



인공관절수술은 말기 퇴행성 관절염 치료의 마지막 수단이다. 이춘택 병원장은 인공관절수술의 성공률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2002년 국내 처음으로 인공관절수술용 로봇 시스템을 도입했다.

2002년 이전에는 인공관절수술은 모두 의사가 직접 손으로 해왔다. 시술자의 눈과 손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술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실패율이 15~20%에 이르는 단점이 있었다. 수술 환자는 대부분 골다공증이 심한데 수술 부위 안쪽이 보이지 않아 의사가 1㎜만 더 깎아도 뼈가 부서져 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게다가 X-레이 사진을 토대로 수술을 진행하려니 세밀한 뼈의 상태나 섬유조직 구분이 어려워 주변 조직을 손상시키기도 했다. 2002년 당시 이미 1000건에 가까운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했던 이 병원장은 이런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로봇수술을 도입했다.

◆도입에 만족 못해 개발까지 나서



이 병원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05년 로봇관절연구소를 설립해 수술법 개선에 나섰다. 기계가 하는 일이다보니 의사보다 더 여러 번 손이 가고 수술시간도 30분이나 긴 게 단점이었다. 이를 위해 국내 연구원 6명,외국 연구원 4명과 로봇수술 지원인력 10명 등 총 20명이 달려들어 더 나은 수술 소프트웨어와 로봇 부품 개발에 힘을 쏟았다.

뼈를 깎는 커터 직경을 7.8㎜에서 2.3㎜로 줄여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 공정이 가능하게 했고,뼈를 깎고 다듬는 순서와 방식을 통째로 바꿨다. 그 결과 수술 절개 범위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근육이나 중요한 연부조직의 손상도 줄일 수 있었다. 또 향상된 수술 소프트웨어로 수술 시간 역시 50분 정도 단축됐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빨라져 수술 4시간 후면 보행이 가능해졌다. 과거에 수술 후 보행까지 3일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큰 진보였다.

로보닥은 사람과 달리 절삭 오차 범위가 0.3~0.4㎜ 이내여서 최소침습수술(MIS)이 가능하다. 양측 무릎관절 수술 시 한쪽만 먼저 수술한 뒤 1개월 이상 휴식하고 다른 한쪽을 수술하는 기존 수술법과 달리 MIS를 적용함으로써 동시에 양쪽 무릎을 수술할 수 있게 됐다.

◆전국 각지,러시아에서도 환자 몰려



곧 있으면 이 병원의 로봇인공관절수술 건수는 7000건을 돌파한다. 이는 로보닥을 도입한 전 세계 8개국 60여개 병원에서 시행한 총 로봇수술 건수인 2만7000건의 26%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춘택병원의 로보닥이 세계에서 가장 바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6개월간 입원 환자 통계를 보면 수원시 이외에 충청도,전라도,경상도,서울 순으로 많은 환자들이 이춘택병원을 찾아오고 있다. 올해 초에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이춘택병원의 명성을 듣고 한 환자가 고관절과 슬관절 인공관절수술을 받으러 날아왔고 성공적인 치료 후 돌아갔다.

이 병원장은 "현재 우리 병원의 로봇 인공관절 수술 테크닉은 원조라 할 수 있는 독일보다 뛰어나다"며 "최근에는 환자의 뼈 위 치를 로봇에게 알려주는 과정을 10배 정도 빠르고 정밀하게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