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사진)가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정면 비판했다. '경제 외교는 잘하는데 정치는 못한다''국가를 회사 경영하듯이 한다'는 직설적 표현들이 동원됐다. '대통령의 치적이 이런 국정운영 스타일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여당 대표의 비판에 청와대는 몹시 불쾌한 표정이다. 일각에서는 집권 말기면 나타나는 대통령과 거리두기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 대표는 이날 당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한나라 포럼' 강연에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이 국가 파산 상태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대통령의 노력으로 경제가 이만큼 안정돼 있다"며 "그런데도 (이런 치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항상 우리가 수세에 몰리고,밀리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면서 "그 첫 번째 이유가 대통령이 외교나 경제 등 다른 것은 잘하는데 정치를 잘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분이 정치인이 아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보니 그냥 회사 경영하듯이 국가를 경영한다"며 "자기 혼자만 갈테니까 따라오라는 식의 리더십으로는 국가를 이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서도 "인사라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에도 믿을 만한 사람,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하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투기,탈세 등 여러 가지로 문제 있는 사람을 뽑아 네 사람이 낙마했다"며 "다른 건 잘하지만 국민들이 그런 것으로 실망하고 마음이 떠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대통령 비판 발언에 대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다 잘한다는 전제를 달지 않았느냐.늘 대통령과 청와대가 잘되라고 한 말"이라며 직접적 대응을 피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 참모는 "당 대표의 화법이 너무 직설적"이라며 "대표답게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당에 대한 신뢰와 안정을 주기는커녕 대통령의 집권자체를 총체적으로 비판한 것은 때와 장소,대상을 가리지 않는 좌충우돌식 홍준표 정치의 전형"이라며 지방행정 특보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쇄신파인 정태근 의원은 "홍 대표가 제대로 말했다"고 공감의 뜻을 표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