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8월 국회 비준 '戰雲' 감돈다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된 후 4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양국 모두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어 올해 안에 FTA 의회 비준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인데,정치권 갈등으로 계속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 비준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한 · 미 FTA를 이익균형을 맞추지 못한 '굴욕 협상'으로 규정하고 국회통과를 막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미국에선 재정적자 감축 협상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한 · 미 FTA 이행법안 처리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한나라당,직권상정 카드 꺼낼까

정부와 한나라당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한 · 미 FTA 비준안을 상정해 심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협상이 타결된 지 4년이 지났고 작년 말 추가협상까지 끝낸 상황에서 FTA 발효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야당의 반발로 비준안 상정 및 심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직권상정을 통한 강행 처리를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5일 박희태 국회의장을 만나 "8월에 부탁한다. 8월에는 결심을 하셔야 한다"며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 등 8월 임시국회의 쟁점 현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재재협상 주장하는 민주당

야당인 민주당은 작년 12월 타결된 재협상을 '일방적인 퍼주기''불균형 협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익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미국과의 재(再)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19일 의원총회를 열고 미국 측과 재재협상을 해야하는 10개 항목과 국내에서 보완해야 할 2개 항목 등 '10+2' 대책을 내놓았다. 쇠고기 관세를 10년 유예하는 농축산업 주요품목 관세철폐 유예를 비롯해 중소상인 보호장치,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등 기존 논리 외에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와 역진불가(Rachet)조항 폐지 등 당내 진보진영의 주장까지 모두 채택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상호 충돌하는 반대 논리를 모두 열거해 재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일관성이나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가 경제주권 침해나 이익균형 훼손 가운데 입장을 정리해서 논리를 펴야하는데,조율이 안 되면서 나열식 반대논리가 됐다"며 "이 정도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 의회,다음달 6일이 '고비'

미국 의회도 FTA 이행법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목표대로 여름 휴회가 시작되는 다음달 6일 전까지 법안을 처리하려면 이번 주 안에 백악관이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백악관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실직 노동자 구제지원 제도인 무역조정지원제(TAA) 연장안을 한 · 미 FTA 이행법안 처리 때 동시에 처리하겠다는 보장을 공화당으로부터 먼저 받아야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한 · 미 FTA 이행법안과 TAA를 분리시켜 처리해야 한다고 맞서는 등 날선 공방만 펴고 있다.

이정호/김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