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의 전철을 10년 뒤 밟지 않으려면 벤처와 기술창업 촉진이 국가 아젠다 1순위가 돼야 합니다. "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한국공학한림원-한국경제 공동 주최로 열린 '49회 토론마당'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코스닥 상장심사위원장을 지낸 그는 "한국 벤처는 기업공개(IPO) 이후 승자선발 과정이 미흡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저평가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 용인문화가 전무하고 창업자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도 벤처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토론마당 사회를 맡은 송정희 KT 부사장은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창업자에게 주어지는 짐이 너무 크다"며 "실패해도 주눅들지 않고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한 교수는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힘의 불균형'에 의해 성장해 왔고 이 같은 구조는 2~3세 세습을 통해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혁신과 아이디어를 촉진해 수익을 창출하는 벤처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미래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참여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기업을 지탱하는 사람들은 지식인들이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해 국부를 창출하는 것은 사실 벤처기업인"이라며 "미래를 상상하고 마케팅하고 연구 · 개발(R&D)을 진행하는 이들이 진정 성공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 쏠리테크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는 통신장비 사업을 하면서 시스코(Cisco)를 꺾어보겠다는 목표를 갖는데, 한국 벤처는 어떻게든 대기업 판로를 뚫는 단기적 목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패자부활이 안 되는 문화적 풍토 탓도 있지만 벤처기업인 자신이 보다 시야를 넓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승원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은 "최근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술벤처에 대해 이스라엘 UAE 벨기에 등 각지로 해외진출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