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제학] (下) 압도적인 표차ㆍ주민 지지 '강점'…브라질 월드컵ㆍ하계대회 경계를
기업이 새로운 전략을 세울 때 가장 기본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SWOT(스왓) 분석'이다. 경쟁 기업에 비해 강점(Strengh)은 무엇이고,약점(Weakness)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한다.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소도 점검한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이제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조직위가 구성되면 평창은 SWOT 분석을 통해 현 상태를 정확하게 짚어봐야 한다.

평창의 강점은 무엇인가. 평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1차투표에서 유치권을 따냈다. IOC의 지지는 평창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90%가 넘는 지역 주민들의 지지도 장점이다.

우려되는 것은 재정 적자다. 평창은 세 번의 도전 만에 성공했다. 그동안 유치에 올인하다 보니 이후에 대해서는 주도면밀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유치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투자와 현실성이 떨어지는 개발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는 앞으로 평창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다. '목표 성취'가 '목표 상실'로 이어지면 '목표 달성 실패'보다 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

기회는 무엇인가.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킬 촉매제다. 동계와 하계올림픽을 모두 유치했고 월드컵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합쳐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국민적 자부심을 높이고 하나로 뭉치게 함으로써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위협 요소는 평창의 낮은 인지도다. 유치전에 뛰어들었을 때 평양과 헷갈릴 정도였다. 평창의 경쟁자는 비슷한 시기에 올림픽을 치르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에 2014년 월드컵축구와 2016년 하계올림픽을 치른다.

브라질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몰려들고 있다. 기업들은 한 번의 투자로 두 개의 '빅 이벤트'에서 효과를 볼 수 있어 브라질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브라질 쏠림 현상'이 평창에는 악재다. 자칫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동계올림픽 외에 마땅한 유인책이 없어 투자 메리트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SWOT 분석을 보면 평창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약점인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기 위한 유인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필요하다. 컨틴전시 플랜은 국내에서 '비상 대책'으로 알려져 있다. 즉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이머전시 플랜(emergency plan)'으로 여긴다.

컨틴전시 플랜은 위기나 최악의 상황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한 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컨틴전시 플랜은 2018년 동계올림픽 성공 뿐만 아니라 그 이후까지 포함해야 한다. '현재 목표도 어떻게 달성할지 모르는데 그 다음 계획까지 어떻게 짜느냐'고 한다면 성공 이후를 보장할 수 없다.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은 기회이지만 위험 요소도 함께 안고 있는 것이다. '위기관리' 못지않게 '성공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평창 올림픽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성공관리'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