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정리' 위협에 상황 악화일로..남북 기싸움

오는 12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만 3년째를 맞는다.

2008년 7월11일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우리 측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가 사망하면서 금강산관광은 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은 활로가 모색되기보다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금강산지구 내 남측 자산에 대해 몰수ㆍ동결 조처를 했던 북한이 최근 '재산 정리'라는 새로운 카드로 위협하면서 금강산관광 문제가 또 다른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은 거의 애걸하다시피 관광 재개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이른바 '3대 선결과제'를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자 지난 4월부터 다시 압박수위를 높였다.

현대아산의 독점권 효력을 취소한다고 밝힌 데 이어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신설,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발표 등의 후속행동을 이어갔다.

급기야 남측 당사자들에게 7월13일까지 재산정리안을 가지고 금강산에 들어오라고 요구하며 이에 불응하면 재산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법적 처분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에 따라 기업등록 및 재산등록을 통해 국제관광에 참여하거나 자산을 임대ㆍ양도ㆍ매각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처분하겠다는 것이다.

'재산 정리' 위협으로 금강산관광 문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우리 정부에 관광재개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으로도 관광재개가 안 되면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에 따라 중국 등 제3자를 끌어들여 관광재개를 모색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13일까지 재산정리안을 가지고 금강산에 들어오라는 북측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13일 우리 측 지역 또는 북측이 편리한 시기와 장소에서 협의할 것"을 북측에 제의했지만,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해결을 모색하기보다는 기 싸움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요구해온 '3대 선결과제' 외에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문제가 가로막고 있어 이들 현안이 포괄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관광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강산관광 문제가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상황과 연계된 형국이다.

관광중단으로 인해 현대아산을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으로 작년 말 기준으로 3천900억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봤고, 직원 수도 수차례 구조조정으로 관광 중단 전(1천여명)과 비교해 70%가량 줄었다.

현대아산 협력업체들 가운데 상당수도 사실상 파산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강산관광의 관문이었던 강원도 고성지역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관광 중단으로 고성지역에서는 지난 5월 말 현재 986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