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은 선거정국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다.

여야의 대권 예비주자들에게는 내년 총선ㆍ대선에서의 비상(飛上)을 위해 에너지를 한껏 축적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들의 바쁜 여름은 하한정국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물밑에서는 이미 치열한 각축전이 시작된 양상이다.

◇한나라당 =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은 이번 여름에 자신의 `정치 브랜드'를 더욱 선명하게 하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ㆍ4전당대회에서 자신의 `파워'를 과시했으나 기존의 스탠스에 큰 변화를 가하지 않은 채 정책 내공쌓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 회원 등 각계 전문가와 함께 하는 그의 정책 공부는 이제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더 많은 정책 청사진을 펼쳐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 행보는 최대한 자제하다가 총선 정국으로 접어들면 그때 자연스럽게 재개할 것 같다고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내다봤다.

여권 내 대항마가 뚜렷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당내 경선보다는 야당 대권후보와 겨루는 `본선'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몽준 전 대표도 정책면에서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미래지향적 정치인의 면모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9월초 출간을 준비하는 자전적 에세이집과 외국 석학 등과의 대담집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 정치적 비전, 향후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 등을 담을 예정이다.

최근 포퓰리즘에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그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해밀을 찾는 소망'이 9월 개최하는 2차 정책 발표회를 앞두고 보수의 가치를 중시하는 목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예전과는 대조적으로 조용하게 운신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 비주류의 부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이(친이명박)계에서는 그가 당으로 돌아와 세가 위축된 친이계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며 7-8월 당 복귀설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10일 "당으로 돌아온다면 `정치인 이재오'로 행보하겠지만 전대도 끝났고 지도부에 간여할 입장도 아니어서 백의종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임장관직에 있더라도 정부-정치권간 전면에서 활약했던 예전과 달리 소리없이 후면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월20-26일 사이로 예상되는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의 정치생명이 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좌클릭'에 더해 여야의 친서민 정책 경쟁이 단계적 무상급식론을 주장하고 있는 그에게 유리한 환경만은 아니다.

'덜 나눠주자'는 의견에 다수가 지지표를 던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대신 주민투표에서 승리한다면 서울시와 시의회간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을뿐더러 보수적 이미지를 굳히며 차기 대권 도전에서도 한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번 여름 외교활동에 치중할 계획이다.

지난 8일 중국 선양(瀋陽)과 단둥(丹東) 방문길에 오른 그는 중순 이후에도 일본을 방문해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경기도 투자유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통일에 이어 외교 분야에서도 역량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권 = 저마다의 키워드로 저변 확대에 나선 야권 주자들을 관통하는 화두는 `통합'이다.

내년 총ㆍ대선을 겨냥하려면 정기국회가 개회하는 9월 전에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빡빡한 시간표가 야권통합ㆍ연대를 향한 주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의 구체적 청사진을 놓고 입장과 처지가 달라 주도권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일본, 중국 방문으로 보폭을 넓힌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6월 국회 일정 등으로 잠시 중단했던 `희망 대장정'을 오는 11일부터 재개한다. 당 핵심인사는 "민심의 바다로 피서를 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분야별 정책 대안과 현장 행보를 접목, `민생진보'를 구체화하는 게 목표다.

손 대표는 지난 8일부터 당 야권통합특위를 본격 가동, 통합 작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야권의 맏형격인 제1야당 대표인 그로선 통합의 성과 여부가 리더십과 야권내 입지를 가르는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대북기조를 놓고 손 대표에게 각을 세웠던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사태 등 노동현안 해결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총 10차례 부산의 한진중공업 현장을 찾았으며, 재벌개혁으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의 당 강령 채택을 공개 제안하는 등 선명성 강화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정책연대에 기반한 다른 야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물경제인 출신의 정세균 최고위원은 경제정책의 초점을 서민ㆍ중소기업에 맞춘 자신의 `분수경제론'을 세부정책으로 구체화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19일 대전에서 토론회도 잡혀 있다.

영ㆍ호남을 연결하는 민주개혁진영을 결집,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자는 `남부민주벨트론'을 꺼내든 그는 `단계적 통합론' 쪽에 서 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 몸담았던 그룹과 먼저 합쳐 실질적인 통합의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손 대표와 함께 야권의 양축으로 거론되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는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기치로 민주노동당과의 `소(小)통합'에 올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4ㆍ27 김해 재보선 참패로 입은 정치적 타격을 만회하면서 내년 총ㆍ대선 국면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포석이다.

10일 출범하는 당 통합추진기구 위원장을 직접 맡으며, 통합이 불발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그로선 김해 재보선 이후 상처를 입은 친노내 위상을 회복하는 것도 과제다.
유 대표의 입지 위축과 맞물려 야권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발간한 자서전 성격의 `문재인의 운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는 야권통합 역할론을 자처한 바 있어 야권내 다양한 그룹을 묶어주는 물밑 중재역으로서 활동공간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현실정치에 여전히 선을 긋고 있지만 기존 주자들의 주춤세가 이어진다면 `대망론'도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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