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지긋지긋하게 오던 산골에 이런 경사가 생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7일 오전 올림픽 주요 경기장이 위치한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주민들은 축제 분위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횡계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이준도(41)씨는 오전 11시 서울 친척에게서 걸려온 축하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제 새벽에 동네 주민들과 기쁨의 소주 한잔을 기울였다는 이씨는 "아침부터 외지에 사는 친척들이 축하한다며 전화를 계속 걸어온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개최지에서 계속 탈락하면서 지역이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 좀 살기 좋아지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용산1리 연안 김씨 집성촌에서 3대째 살고 있는 김관희(61.농사)씨 또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주민들이 모여서 새벽마다 기도회를 하면서 개최를 염원했다"며 "어제 새벽 알펜시아리조트에 모인 주민들 모두 말로 다 할 수 없이 기뻐했다"고 전했다.

동계올림픽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는 상당했다.

대회기간 내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등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2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주민들은 희망을 걸고 있다.

횡계리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상순(39.여.횡계리)씨는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려오면 장사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살기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인구가 늘면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도 더불어 늘어나 여러모로 살기 좋아질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최진동(63.용산1리)씨는 "이번 성공을 계기로 원주와 강릉 복선 전철이 더 빨리 연결될 것 같다"고 말했고, 이웃 이구연(58.용산 1리)씨 또한 "평창이 세계적인 청정도시로 거듭나면 많이 힘들고 가난했던 강원도민들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창은 예로부터 눈이 많이 오는 도시였다.

특히 주요경기장이 설치된 대관령면 알펜시아리조트 부근은 11월 말부터 주민들이 '설피(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산간지역에서 눈밭을 걸을 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발에 덧대 신던 일종의 덧신)'를 신고 다녀야 했을 정도로 폭설지역이었다.

대관령면 용산리에서 63년 동안 살아온 최종님(85.여)씨는 "옛날에는 눈이 많이 와서 설피를 신고 다녔는데,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때면 짐승들이 굶어 죽어 동네 애들이 집으로 지고 내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이사이자 용산1리 이장인 김용운 씨도 "어릴 적 기억에 11월 말부터 이미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쌓이면 아버지께서 자작나무를 깎아 나무 스키를 만들어주셨다"며 "그걸 신고 눈을 헤치고 다니면서도 한번도 결석을 하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예전에는 그 눈이 복덩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올림픽까지 하게 되니 이제는 우리에게 혜택을 많이 주는 더없이 고마운 눈"이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반기는 이들은 부동산업자들이다.

두 번의 실패로 침체에 빠져있던 부동산시장에 바람이 크게 불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횡계리에서 40년째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엄규섭(78.횡계리)씨는 "5년 전 올림픽 유치에 희망을 걸고 땅을 산 수많은 외지사람들이 그동안 땅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팔지도 못하고 있었다"며 "오늘 가게 문을 열자마자 매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리에서 공인중개사 일을 하고 있는 김성식(65.진부면)씨도 "5년 전 과테말라에서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기 전까지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왔었는데, 당시 평당 60만~70만원이었던 땅 값이 평당 30만~40만원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가 됐으니 앞으로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전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알펜시아 리조트 건설과 함께 우후죽순으로 생긴 펜션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용산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모(65)씨는 "최근까지 평일에는 거의 손님이 없었다"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평창을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5만이 채 못되는 인적 드문 '눈의 도시' 평창군이 동계올림픽 유치로 어떻게 변모할지 주민들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평창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r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