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늘(7월1일)자로 발효되면서 국내 법률시장 개방이 시작됐다. 이른 시일 안에 한 · 미 FTA도 비준 발효되면 전 세계 법률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의 로펌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물론 FTA가 발효되더라도 국내 법률시장 전부가 일시에 개방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 개설을 허용하는 1단계 개방에 이어 2단계부터는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업무제휴를 할 수 있고,3단계 이후에 완전 개방이 이뤄져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한 외국 로펌이 국내 변호사 고용을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법률시장의 완전개방이 이뤄지는 3단계(2016년 7월) 이후 국내외 로펌 간,변호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

돌이켜보면 국내 로펌들이 지난 10여 년간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어느 정도 양적 · 질적 발전을 이룩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오랜 경험과 풍부한 전문인력으로 무장한 외국 로펌들에 비해 아직 경쟁력이 미흡한 수준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이미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법률자문을 하기 위해 외국 로펌에 지급한 금액이 무려 1조3000억원 정도에 달하고 있다.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그 액수가 훨씬 늘어날 것은 불문가지이다. 법률자문 비용도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국내 기업이 외국 로펌에 자문을 할 경우 경영전략이나 영업비밀에 관한 자료가 외국 로펌에 유출될 위험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법률시장 개방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법률시장의 개방은 국내 변호사업계의 비효율적 구조를 개선하고,글로벌 로펌을 만들어내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조선,전자,자동차 등 산업분야에서 외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듯이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된 국내 로펌도 외국 로펌과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이 법률시장 개방으로 한때 외국 로펌에 잠식됐으나 끊임없는 체질 개선을 통해 지난해 5개의 독일 로펌이 10위권의 지위를 회복했고,독일 변호사들이 세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던 것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로펌들이 우리 법률시장을 지키고,외국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나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 경쟁력은 결국 전문분야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국제적 경험으로부터 나온다. 이 점에서 법률시장 개방의 파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변호사 재교육 시스템을 도입 ·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전공 분야의 인재들이 특성화 · 전문화된 로스쿨 교육을 통해 법률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업 · 로펌 · 학교 간의 산 · 학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해외무대에서 경쟁하는 대기업과 로펌 등에서 인턴십을 확대해 가능성 있는 국내 인재들에게 미리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도 한 예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로스쿨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제까지 국내 기업이나 로펌들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마음대로 골라 쓰면 된다는 시혜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 로스쿨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특성화 · 국제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경쟁력 있는 법조인 양성을 위해 함께 협력한다는 적극적 사고가 요구된다.

신현윤 < 연세대 법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