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하는 우량 펀드들"..자금 확보력이 관건

우리금융지주 입찰이 사모펀드의 치열한 인수 전쟁 양상을 띠게 됐다.

29일 예금보험공사에 우리금융지주 입찰참가의향서(LOI)를 낸 곳은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티스톤파트너스 등 3곳이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사모펀드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말한다.

기관투자가나 거액 자산가로부터 자금을 받아 특정 기업의 지분이나 경영권을 인수,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긴다.

말 그대로 사적으로 자금을 모으므로 탄탄한 인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167개가 활동하고 있다.

투자약정액만도 30조원에 육박한다.

이번에 입찰참가의향서를 낸 3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 사모펀드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2005년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부회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MBK파트너스를 만들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인 김 회장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이기도 해 인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BK는 `마이클 병주 김'이라는 그의 영문이름 약자를 따 만들었다.

아시아 최대 테마파크 중 하나인 일본 유니버셜스튜디오(USJ),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인 씨앤앰, 국내 최대 렌터카업체인 금호렌트카 등이 그동안 인수한 기업들이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답게 인수기업들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보고펀드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2005년 1월 잘 나가던 금융관료 자리를 박차고 세계적 사모투자전문회사를 만들겠다며 설립한 펀드다.

공동대표인 박병무 대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국내 초대형 인수합병(M&A) 계약을 진두지휘했다.

이어 제일은행과 하나로텔레콤 대주주였던 뉴브리지캐피털과 하나로텔레콤의 최고 경영자(CEO) 등을 지냈다.

보고펀드는 초우량 사모펀드답게 우량기업 인수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로 유명하다.

알짜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의 지분 60%를 확보했고, 국내 2위 비데업체인 노비타를 인수하기도 했다.

티스톤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원준희 대표는 살로먼스미스바니 출신이다.

민유성 전 산은지주 회장이 씨티은행을 거쳐 1999년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 사장을 지냈을 당시 원 대표는 투자은행(IB) 담당 임원을 지내 관계가 두텁다.

그러한 인연으로 민 전 회장이 이번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같이 참여하게 됐다.

티스톤은 하이스트, 청산, 푸른학원 등 전국 초대형 학원들의 지주회사인 타임교육홀딩스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는 미국의 유명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전의 관건은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찰 참여의 최소 조건은 우리금융지주 지분의 30% 이상 인수다.

29일 종가가 1만3천800원이므로 30% 지분인 2억4천200만주 이상을 인수하려면 최소 3조3천억원이 필요하다.

그 막대한 돈을 기관투자가 등에서 어떻게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3곳 사모펀드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 사모펀드들이므로 이번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은 매우 치열한 경쟁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가 불참한 가운데 사모펀드 간의 각축전 양상이 되면서 진정한 유효경쟁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도 나올 수 있다.

우량 사모펀드더라도 사모펀드의 한계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의 주된 목적이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 차익을 보는 데 있는 만큼 우리금융의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지는 경영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주가 상승에 초점을 맞춘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이 과정에서 우리금융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도 있어 노조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이봉석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