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왕호 "컵라면 사먹을 돈도 없었는데 이젠 비싼 등록금도 내 손으로…"
돌잔치 사회자 경험쌓으며 개그맨 꿈 키워

"어머님이 오늘은 아기의 성장 동영상 속 집에 계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아니네요. 아버님도 이런 예쁜모습 결혼식 이후 처음보시죠?"

아이의 돌잔치를 맞아 머리도 단장하고 곱게 화장도 한 엄마를 가리키며 너스레는 떠는 돌잔치 사회자.

영상이 끝난후 던진 사회자의 재치있는 말 한마디에 조용했던 돌잔치 현장에는 어느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어느 돌잔치에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돌잡이 등을 진행하는 사회자. 행사를 주도하는 주된 역할이지만 큰 조명을 받기란 쉽지않다. 보통 돌진행 업체의 매니저나 직원등이 맡아 진행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돌잡이만 행사만을 기획해서 재치있게 진행하는 이들이 각광받고 있다.

대학로에서 3년간 갈고닦은 개그로 최근 여러 돌잔치 업체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개그맨 지망생 송왕호(28)가 그렇다.

어려서부터 '유머일번지' 프로그램을 보면서 개그맨의 꿈을 키워온 송왕호는 대학교 개그동아리에 가입한후 재치있는 말솜씨로 학교축제 사회를 보거나 공군에 입대해서는 행사 등을 진행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제대후 KBS 개그공채에 응시했으나 최종단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학교에 복학하기 위해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는데 군대까지 갔다와서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란 쉽지 않았다.

대학로에서 개그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형편없는 수입이었고 공연만 해서는 한달동안 10원 한장 못만져볼 때가 많았다.

최대한 밖에서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집을 나오기 직전 밥을 먹고 저녁은 건너뛰고 집에 가자마자 밥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살았다.

너무 허기가 질때는 컵라면으로 식사를 대신했지만 어떤 날은 컵라면 사먹을 돈마저 아쉬웠다.

막노동, 고기집 아르바이트, 전단지 뿌리기 등 갖을 알바를 하며 돈을 모았지만 등록금은 커녕 차비와 생활비를 쓰기도 빠듯했다.
송왕호 "컵라면 사먹을 돈도 없었는데 이젠 비싼 등록금도 내 손으로…"
이때 생각해 낸 아르바이트가 바로 돌잔치 사회자. 평소 남을 웃기고 말주변이 좋았던 송왕호는 프로필과 MC 기획안을 만들어 서울에 주소를 가진 뷔페업체를 모두 찾아가 오디션을 청했다.

지정사회자가 이미 정해진 업소가 많아 오디션 한번 보는것조차 힘이 들었지만 애드리브가 뛰어난 송왕호를 눈여겨 본 업체에서는 차별화된 그의 진행을 마음에 들어했고 그렇게 2009년 돌잔치 사회를 보기 시작했다.

그는 "현장 위주의 경험이 많다보니 한번 사회를 맡겨본 업체들이 전속으로 하자고 할때가 많아요"라면서 "돌잔치에 참석했던 기업관계자들이 보고는 재미있는 친구라면서 회사 행사 사회를 맡아달라고도 하시더군요"라며 웃었다.

이렇게 주말엔 3~4건의 돌잔치 행사를 맡아하고 연말엔 기업 행사 사회도 보면서 올해 학비를 겨우 마련하는데 성공한 송왕호.

이어 "정말 등록금이 너무 비싸요."라면서 푸념을 한다.

같이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던 친구들 중 생계유지를 위해 이제는 완전히 다른 길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그래도 아직 개그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는 것이 뿌듯한 송왕호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돌잔치 사회 아르바이트지만 지금은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어 도리어 잘된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갑자기 돌잡이 행사를 하는데 아기가 잠들어 버리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 변수가 너무 많아요. 그때그때 좌중들이 지루하지 않게 하면서 아기를 달래려면 애드리브가 필수죠"

내년 개그맨 공채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항상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는 송왕호를 지상파 TV 개그프로그램에서 조만간 보게될 수 있을까.

"개그콘서트 김준호 선배님을 존경해요. 부지런히 돈 벌어서 학교도 졸업하고 개그 공채에 당당히 합격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요"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사진 임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