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동안 중동과 싱가포르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요즘 해외 출장이 많아 무척 바쁘게 삽니다. "

허명수 GS건설 사장과의 인터뷰는 해외 출장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마침 사업부서별로 업무를 점검하는 '컨센서스 미팅(CM)' 주간까지 겹쳐 허 사장은 매우 분주했다. 사업부별 CM이 끝나면 이를 취합한 그룹 계열사별 업무보고로 이어진다. 한 해 농사를 중간 점검하는 자리다. 허 사장은 "사업부별로 발표된 업무보고 내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이 잦습니다.

"해외 사업 비중이 늘어나니까 자연히 출장도 늘지요.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합니다. (허 사장은 지난달 30일 출장을 떠났다) 발주처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신뢰를 쌓고 현장 직원들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죠.작년에도 10여개국을 방문했습니다. 직접 나가서 보니 전반적으로 해외 건설 · 플랜트 시장은 당분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를 중심으로 탄탄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더군요. 이들 지역에선 각종 기반시설 투자가 꾸준히 이어져 국내 건설업계에 기회가 될 겁니다. "

▼중동지역 정정 불안으로 시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운동으로 일부 시장이 위축됐지만,장기적으로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겁니다. 사회간접자본(SOC)이나 민생 인프라와 관련된 대형 프로젝트가 조기 추진될 수 있고,그 일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유 · 가스 플랜트 발주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지요. 중동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포트폴리오를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으로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공종(工種)도 플랜트 외에 발전,환경,토목,건축 등을 골고루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영업 지원 조직도 확대했고요. "

▼국내 건설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건설시장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측면에서 정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걱정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성숙화나 정부 정책 우선순위 등을 놓고 보면 정체될 가능성이 높지요. 따지고 보면 해외 건설시장도 조금씩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죠."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해외 진출국을 늘리는 노력과 함께 사업 다각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GS건설도 LNG 액화 기술과 가스화력복합발전,해수담수화 플랜트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신성장사업팀을 새로 만들어 가동시켰는데 조금씩 길이 보입니다.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고 GS건설도 자체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어 2~3년 후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정유 ·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은 계속 특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엔 캐나다에서 오일샌드 설비공사를 수주해 정유 플랜트 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

▼주택 사업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입니다만,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도권 재개발 · 재건축 사업 수주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 1인 가구나 2~3인 가구가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상품도 준비 중입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급보증을 수반하지 않는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

▼올 들어 실적은 어떻습니까.

"1분기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2분기 들어 좋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수주 목표는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16조2150억원으로 잡았는데,전체 수주의 절반 이상을 해외 사업에서 달성할 계획입니다. 매출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IFRS 기준으로 전년 대비 15%가량 많은 9조380억원,영업이익은 6400억원으로 다소 도전적으로 설정했습니다. 2015년까지 글로벌 건설사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

▼취임 이후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꿔왔는데,어려움은 없었습니까.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최고경영자(CEO)가 됐습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처럼 GS건설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죠.그동안 경영일선에 있으면서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공공발주 감소,수주경쟁 심화 등 요즘 경영환경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네요. 다행히 리스크 관리와 내실 경영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래도 갈 길은 멉니다. 경영자로서 위기 때 생존하는 기업이 아니라 위기에도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의 월드 지수에 편입된 것은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조직문화 개선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들었습니다.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려면 단순히 건설장비나 기술만 좋아서는 안됩니다. 무엇보다 조직문화가 달라져야 합니다. 취임하고 보니 간부들이 월요일마다 결재를 받느라 사장실 앞에서 하루종일 장사진을 이루더군요. 서류 준비하느라 시간도 많이 걸렸을 겁니다. 고민 끝에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한 장짜리 보고서만 올리라고 지시했어요. 회의실마다 모래시계를 비치해 둔 것도 시간 단축을 위한 아이디어지요. "

▼경영자로서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뭡니까.

"소통입니다. 감추고 싶은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솔직히 공개하고,임직원들과 함께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혹시 'SSKK'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까라면 깐다'는 뜻인데,건설회사에 남은 좋지 않은 관행이죠.이런 쓸데없는 권위를 없애기 위해 지난해부터 '워크 토크' 행사를 갖고 있습니다. 주니어 직원들과 야외에 나가 걸으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건데,막상 해보니까 반응이 너무 좋아 횟수를 늘릴까 생각 중입니다. "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