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던 포스코, 삼성과 손잡은 게 되레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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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공격적 베팅 예상 못한 듯
"포스코-삼성SDS가 최강 컨소시엄을 구성한 게 CJ를 자극했고 결국 패착이 됐다. "
CJ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승리한 뒤 인수 · 합병(M&A)업계에서 나오는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M&A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삼성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몇 가지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인 것에서 패인을 찾고 있다.
잘 나가던 포스코가 본입찰을 나흘 앞둔 지난 23일 갑자기 삼성을 컨소시엄으로 받아들인 점을 우선 지적하고 있다. 당시 포스코와 삼성은 각각 5조원을 웃도는 자체 물류비용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오히려 CJ의 인수 자문 역할을 맡아온 삼성증권의 정보 유출 논란만 불러오는 역풍을 맞았다.
삼성이 왜 경영권도 없는 5%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포스코와 손잡았는지도 미스터리로 남는다. 삼성 관계자는 "첼로라는 물류 IT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의 확장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삼성 컨소시엄이 CJ보다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궁금한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와 삼성의 자기 과신을 이유로 꼽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CJ가 본입찰을 포기하지 않고 참여할 경우 시장 예상을 뒤엎는 공격적 베팅에 나설 것이란 점을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이 결과적으로 범 삼성가인 CJ의 대한통운 인수를 도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고도의 노림수에 당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08년의 악몽'이 재연됐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GS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가 GS가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입찰 자격을 박탈당했다.
삼성은 계열사 삼성SDS 차원의 결정이었기에 그룹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속내는 복잡했다.
삼성미래전략실이 이날 '백그라운드 브리핑' 형태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SDS의 비즈니스적 판단일 뿐,그룹 차원에서 관여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재현 CJ 회장이 사촌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전화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CJ와 삼성이 전쟁을 벌인다고들 하는데,진짜 전쟁을 벌이려고 맘 먹었으면 이렇게 엉성하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CJ 측이 인수전에서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벌인 '언론 플레이'에 완전히 당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태명/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CJ가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승리한 뒤 인수 · 합병(M&A)업계에서 나오는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M&A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삼성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몇 가지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인 것에서 패인을 찾고 있다.
잘 나가던 포스코가 본입찰을 나흘 앞둔 지난 23일 갑자기 삼성을 컨소시엄으로 받아들인 점을 우선 지적하고 있다. 당시 포스코와 삼성은 각각 5조원을 웃도는 자체 물류비용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오히려 CJ의 인수 자문 역할을 맡아온 삼성증권의 정보 유출 논란만 불러오는 역풍을 맞았다.
삼성이 왜 경영권도 없는 5%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포스코와 손잡았는지도 미스터리로 남는다. 삼성 관계자는 "첼로라는 물류 IT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의 확장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삼성 컨소시엄이 CJ보다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궁금한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와 삼성의 자기 과신을 이유로 꼽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CJ가 본입찰을 포기하지 않고 참여할 경우 시장 예상을 뒤엎는 공격적 베팅에 나설 것이란 점을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이 결과적으로 범 삼성가인 CJ의 대한통운 인수를 도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고도의 노림수에 당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2008년의 악몽'이 재연됐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GS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가 GS가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입찰 자격을 박탈당했다.
삼성은 계열사 삼성SDS 차원의 결정이었기에 그룹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속내는 복잡했다.
삼성미래전략실이 이날 '백그라운드 브리핑' 형태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SDS의 비즈니스적 판단일 뿐,그룹 차원에서 관여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재현 CJ 회장이 사촌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전화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CJ와 삼성이 전쟁을 벌인다고들 하는데,진짜 전쟁을 벌이려고 맘 먹었으면 이렇게 엉성하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CJ 측이 인수전에서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벌인 '언론 플레이'에 완전히 당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태명/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