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최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그리고 이라크에 대한 구애작전에 한창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신속 철군'을 기치로 내걸고 아프간에서 내년 여름까지 병력 3만3천명을 철수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이란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모처럼 드러난 '미국의 빈자리'를 틈타 이 지역 내에서 자국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확연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24일부터 이틀간 테헤란을 방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회담한 것은 큰 상징성을 띤 이벤트로 평가된다.

3개국 정상은 테헤란에서 60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반(反) 테러리즘 회의와 별도로 회동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은 "나토군이 아프간에서 철군한 후에 봉착할 많은 이슈에 대해 협의했다"면서 "3국 정상은 가능한 한 현안들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지속적인 접촉을 하자는데 흔쾌하게 의견을 함께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활발한 행보는 최근 미국이 자국 병력의 아프간 철군 발표를 전후해 대(對) 아프간 지원방안을 놓고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신경전을 펼쳤고, 파키스탄과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과 묘하게 대비되고 있다.

미국은 또 이라크에서도 현재 남아있는 4만5천명의 병력을 올해 안에 철수할 계획이다.

일부 미군 관계자들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일부 병력을 이라크에 남겨놓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라크 현지의 미군에 대한 거부감이 장애가 되는 실정이다.

이란의 야심찬 계획이 실제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미국과 서방의 정부 소식통들은 이란의 경기침체와 이란 지도부 내 갈등 등으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행보가 제약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역사적으로 볼 때도 이란과 주변국 간 갈등요인이 산재해있고, 최근 로켓 공격을 둘러싼 파키스탄과 아프간 사이의 갈등 등을 감안할 때 3국 협력이 높은 수준으로 전개되기 어려운 변수도 많다.

그러나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테헤란에서 60개국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가 개최된 데서 보듯 이란의 위상이 간단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회의에는 비교적 미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인 몽골이나 오만, 인도네시아는 물론 유엔과 이슬람회의기구(OIC) 대표들도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