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준공 이후 15년 동안 '엠프티(empty) 스테이트 빌딩'으로 불렸습니다. 초고층 빌딩 건설 추진이 한창인 한국에서도 분위기에 휩쓸려 밀어붙이기보다는 필요성부터 재점검해봐야 합니다. "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27일 서울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초고층 빌딩은 도시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지만,두바이처럼 무조건 짓고 보자는 식의 개발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도시경제학자이자 초고층 빌딩 찬성론자다. 신간 '도시의 승리'(해냄출판사) 발간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글레이저 교수는 "초고층 빌딩을 무조건 선호하는 게 아니다"며 "초고층 빌딩은 협업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고,인적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휼륭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는 옆으로 넓어지는 것보다는 위로 높아질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초고층 빌딩에 대해선 "아직까지 적정한 수준"이라며 "서울은 질서와 혁신을 두루 갖춘 도시로 앞으로도 건물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초고층 빌딩을 짓기 앞서 시공사 · 개발업체들이 건설의 당위성을 꼭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한국의 재건축 · 재개발과 관련,"지속적인 건축 규제는 공급 부족을 초래해 결국은 주택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