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독재자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예멘과 리비아의 대통령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흐메드 알 수피 예멘 공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료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48시간 내에 대국민연설을 할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살레는 6월3일 대통령궁에서 터진 폭탄으로 부상을 당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료를 받아왔다.얼굴과 폐 등 신체의 40% 이상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피 장관은 “살레 대통령이 얼굴 등 신체 부위에 입은 화상이 장애가 될 것이란 우려에도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내기로 결심했다”면서도 “하지만 그의 모습이 언론에서 예상하는 정도는 아니고 건강은 양호하며 사우디에서 업무를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수피 장관은 살레 대통령이 연설을 사우디 리야드에서 할지 아니면 예멘 사나에서 할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살레의 대국민 연설 결정은 인근 아랍국가들과의 협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대통령궁 관계자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살레 대통령은 한 달 내로 퇴진하면 면책을 시켜주겠다는 페르시아만협력회의(GCC)가 제기한 안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살레는 GCC가 제시한 방안에 서명을 3번 거부했다.

반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공습을 개시한지 100일을 맞이한 이날 리비아 정부는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조국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리비아 정부는 반정부시위 초반에 나왔던 주장만을 되풀이 했다.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카다피 국가원수는 리비아에 머물고 있으며 그는 아무런 공식적 직책이 없기 때문에 하야라는 것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카다피측의 강경한 자세와는 반대로 카다피는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AP통신은 “시민군이 이날 수도 트리폴리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 지역까지 진격했다”고 전했다.시민군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 부의장인 압델 하피즈 고가는 “카다피는 지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출구를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리비아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은 시민군 지지를 선언했다.리비아 국가대표 축구선수들과 코치들은 이날 국가대표직을 버리고 카다피 독재종식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