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코스닥시장이 열다섯 살이 된다. 어엿한 청소년으로 자라난 코스닥시장은 기업가정신에 불타는 젊은 벤처기업인에게는 성공을 기약하는 꿈의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세계적으로도 신시장의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코스닥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성장을 견인할 첨단 · 녹색기술 등 신성장동력 산업을 기반으로 한다. 좁은 땅에서 물적 · 인적 자원의 태생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최근 유럽에까지 불어닥친 한류 열풍의 이면에도 코스닥이 자리잡고 있다.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코스닥의 자본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를 보여준 것이 바로 코스닥 엔터테인먼트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이 많이 나올 때 코스닥이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회복 이후에도 코스닥지수가 500선을 지키지 못하는 등 주가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주가조작,횡령 · 배임은 거래소의 시장 건전화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골칫거리다. 코스닥시장은 지금 급속한 양적 성장에 따른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 활력을 저해하는 건전성 측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거래소가 2009년 2월부터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를 도입해 50개의 한계기업을 퇴출시킨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실질심사는 시장 건전화는 물론 회계감사 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엄격한 회계감사가 시장 신뢰의 초석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주된 실질심사 사유였던 횡령 · 배임이나 상장기업 재무 부실을 초래하는 타법인 출자 등이 점차 줄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자정기능이 높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올해 5월부터는 기업별 특징을 토대로 코스닥 상장기업을 우량 · 벤처 · 신성장기업부 등으로 구분하는 소속부제도를 도입했는데,소속 그룹별로 지수 차별화가 진행되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경영투명성,기업계속성 등을 감안해 일부 부실 우려 기업을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투자 판단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최근에는 테마주에 편승한 기업들로 인한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해서 관련 공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코스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누구나 사춘기에는 성장통을 겪는다. 투자자 신뢰를 바탕으로 사랑받는 시장,중소 · 벤처기업 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세계 최고의 신시장이 되는 게 코스닥의 목표다. 단순히 거래소만의 바람인 데서 벗어나 투자자와 상장기업이 함께함으로써 세계적으로도 평가받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진수형 <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