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 한마디가 23일 카지노 관련 주가를 흔들었다.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 정 장관이 "우리나라에는 강원랜드 외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있다. 다 열자"고 한 말이 이날 한 신문을 통해 전해지면서다.

그의 발언이 전해진 뒤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의 주가는 23일 오전 4% 이상 치솟았고,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GKL도 3% 이상 뜀박질했다.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정 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지노 산업에 대해 원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며 "개인적인 의견일 뿐 실무적으로 어떤 작업도 진행한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골프나 카지노 여행 등의 관광 트렌드가 바뀌었고 접근 방법도 달리해야 할 때가 됐으니,모든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며 "당장 내국인에게 카지노 출입을 허가하자는 뜻은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증시 관계자들은 "장관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강원랜드의 설립 목적은 폐광지역특별법(2015년까지)에 의한 것으로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를 새로 허용하려면 정부 정책 수립,국회의원 발의,심의,여론수렴 등을 거쳐야 하고 한국관광공사,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11년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몸담았던 3선 의원이 심사숙고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것 같다. 장관의 한마디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우리 문화 수준이 높아진 만큼 일본 드라마를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정정했다.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을 때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 그렇고,트렌드를 말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취임 후 6개월간 대(對)국민 현장보고회를 통해 "국회의원 신분으로 몰랐던 것이 많다. 장관으로서 어깨가 무겁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어깨만큼 입도 무거워져야 할 때다.

김보라 문화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